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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에 지원했을 당시 경쟁자가 300명에 달했다. 그는 축구협회 임원 면접 때 손을 머리 위에 얹고는 “나는 키가 작아 베트남 선수들의 비애를 잘 안다”며 관심을 끌었다. 이어 가슴에 손을 얹고 “작지만 빠르고 힘있는 축구를 하기 위해 마음으로 선수들과 소통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자 임원들은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베트남 성인 남성의 키는 약 165cm이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166cm 단신이지만 악바리처럼 그라운드를 누비는 플레이로 유명했다.

지난 7일 베트남 국가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축구 국가대항전인 스즈키컵 결승이 열리는 말레이시아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탔다. 감독은 비즈니스석,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이 배정됐다. 이륙 후 1시간쯤 지나자 박 감독은 갑자기 도훙중 선수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 선수는 2일 열린 필리핀과 4강 1차전에서 등을 다쳐 2차전에 못 뛰었다. 박 감독은 “말레이시아까지 비행기로 3시간 이상 걸린다. 부상당한 너를 편안한 자리에 앉혀야 했는데 잊어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박 감독은 평소 선수를 자식처럼 챙긴다.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한 선수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이 베트남 국민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박 감독이 마사지기로 선수의 발을 정성스럽게 문지르는 장면이었다. 또 부상당해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는 선수들은 늘 따뜻하게 안아줬다. 베트남 언론들은 잇단 승리의 원동력으로 ‘파파(아버지) 리더십’을 부각하고 있다. 선수들도 박 감독을 ‘짜(Cha)’, ‘타이(Thay)’라고 부른다. 베트남어로 아빠, 스승이란 뜻이다.

베트남은 요즘 축구 때문에 난리다. 지난 6일 대표팀이 필리핀을 꺾고 10년 만에 스즈키컵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베트남 국민들은 박 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플래카드를 흔들며 이름을 연호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의 마음 씀씀이에 팬들은 감동하고 있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 선수들이 악바리처럼 뛰는 건 파파 리더십에 대한 보은 아닐까.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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