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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정책 출발점은 객관적 진단”이라는 김동연 고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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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1 00:13:04 수정 : 2018-12-11 00: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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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국가비상사태”로 규정/위기 부정하면 옳은 해법 안 나와/새 경제팀, 용기 있는 결단 필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어제 이임사에서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국민들께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의 출발점은 경제 상황과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라고도 했다. 경제 위기를 부정하는 청와대가 새겨들을 말이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경제 위기론에 대해 “개혁의 싹을 미리부터 잘라내려는 사회적인 분위기”라고 되레 공격했다. 경제 진단이 이런 식이니 올바른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개혁 대 반(反)개혁의 진영 논리로 경제를 들여다보면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법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음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동생이자 진보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한국경제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받아들이는 게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그의 말은 김 전 부총리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장 교수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대증요법에 그쳤다”면서 “한국경제의 문제는 지난 20년간 쌓인 투자·신기술 부족으로 주축산업이 붕괴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제 실상을 꿰뚫어본 정확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날로 확산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 경제동향’ 12월호에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경기 둔화 진단을 두 달 연속으로 내놨다. KDI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각각 2.6%, 2.5%에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 초까지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이 잘못돼 정책 오류가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어제 임명장을 받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의 어깨가 무겁다. 홍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경제상황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경제 활력 제고, 체질개선·구조개혁 등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았다. 먼저 잘못된 경제 진단부터 바로잡고 정책 수정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려놓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현안에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전임 부총리가 당부한 것처럼 국민에게 정확히 실상을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한다. 후임 홍 부총리에게 그런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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