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음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동생이자 진보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한국경제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받아들이는 게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그의 말은 김 전 부총리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장 교수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대증요법에 그쳤다”면서 “한국경제의 문제는 지난 20년간 쌓인 투자·신기술 부족으로 주축산업이 붕괴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제 실상을 꿰뚫어본 정확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날로 확산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 경제동향’ 12월호에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경기 둔화 진단을 두 달 연속으로 내놨다. KDI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각각 2.6%, 2.5%에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 초까지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이 잘못돼 정책 오류가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어제 임명장을 받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의 어깨가 무겁다. 홍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경제상황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경제 활력 제고, 체질개선·구조개혁 등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았다. 먼저 잘못된 경제 진단부터 바로잡고 정책 수정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려놓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현안에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전임 부총리가 당부한 것처럼 국민에게 정확히 실상을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한다. 후임 홍 부총리에게 그런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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