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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아픈 역사 잊힐까 걱정돼 노래로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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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0 10:13:39 수정 : 2018-12-10 10: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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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소녀상’ 작사한 송명호씨·작곡한 정음씨 “뼈 녹는 악몽을 운명처럼 지닌 기억 / 버림받지 않을 것을 조국에 맹세하며 / 위안부 서러운 놀림 피 삼키며 이겨냈다.”

올해 3월 유튜브에는 이 같은 문구로 시작하는 노래 ‘소녀상’ 영상이 올라왔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을 뜻한다. 이 노래 작사자는 시조시인이자 문화재청 전문위원인 송명호(68)씨. 지난해 5월 ‘한양문학’ 창간호에 실린 같은 제목의 시를 대중음악 작곡가 겸 가수 정음(50)씨가 노래로 만들어 게시했다.

시조시인 겸 문화재청 전문위원인 송명호씨가 서울 구로역 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아 있다. 송명호씨 제공
이들은 왜 시와 노래를 만들었을까. 송명호씨는 1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를 쓰게 된 계기로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꼽았다. 송씨는 “한일 합의는 모든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며 “돈도 돈이지만 공식적인 사과가 없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의도 얻지 않아서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며 “일본에 가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에 과거사 책임을 묻는 한국인은 일부’라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분개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강제징용, 독도 문제 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분노가 전부는 아니다. 송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돌아가실 때마다 그 분들을 위한 노래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신의 시를 노래로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도 할머니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고인이 된 할머니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노래로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송씨는 소녀상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소녀상이 전국 각지에 세워졌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곳도 상당수인 것으로 안다”며 “이 노래를 통해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소녀상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재 소녀상은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과 세종호수공원 등 국내 70여곳, 해외 20여곳에 세워져 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노래 ‘소녀상’의 한 장면. 송명호씨의 시를 작곡가 겸 가수 정음씨가 노래로 만들었다. 유튜브 캡처
그는 매주 수요일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를 응원하기도 했다. 송씨는 “수요집회에 나갈 때마다 생각보다 참가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감동을 받는다”며 “한 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안부 문제 같은 우리의 아픈 역사가 잊혀져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했으나, 수요집회에 나오는 학생들을 보고 희망을 품게 됐다”고 털어놨다.

송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정말 송구하고, 할머니들의 한을 꼭 풀어드리고 싶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정음씨는 “민족 역사를 쓴다는 심정으로 작곡했다”며 “이 노래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노래를 듣고 부르는 동안 만큼은 치유와 공감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결과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은 지난달 23일 여성가족부의 해산 결정 발표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위안부 합의 자체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5일 위안부 피해자 김순옥 할머니가 건강 악화로 별세하면서 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전국에 26명뿐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소녀상

뼈 녹는 악몽을 운명처럼 지닌 기억
버림받지 않을 것을 조국에 맹세하며
위안부 서러운 놀림 피 삼키며 이겨냈다

짓밟힌 가슴에도 쌓고 쌓인 노래 사연
엄니 엄니 나 갈 때까지 살아만 계셔다오
밤마다 기러기 띄워 고향 보며 울었는데

길거리 동상으로 외롭게 앉은 소녀
사죄하오 그 한마디 기다려 온 세월 속에
아 어찌 풀지 못한 한이 새까맣게 녹만 슨다

(‘한양문학’ 2017년 5월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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