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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에게 '마녀사냥'에 '인격모독'까지 강요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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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0 09:00:00 수정 : 2018-12-10 16: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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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사법부 위기②] 도를 넘은 법관 비난 / 국민 법감정은 무엇인가 “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법원 공무원 규칙에 따르면 법관은 취임때 대법원장 앞에서 위와 같이 선서해야한다. 이처럼 법관들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며 직무를 다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사법부 구성원인 법관들에 대한 비판과 더 나아가 인격모독까지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국민의 법감정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분노를 받아들여야하는 법관들은 여간 고초가 아니다. 특히 지난 적폐수사는 도를 넘은 법관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으로 인해 사법부로서도 큰 충격을 받은 사건으로 기억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고영한 전 대법관. 연합뉴스

◆법관들에게 ‘마녀사냥’에 ‘인격모독’까지 강요하는 사회

지난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현 형사합의 21부)에게는 “소신 있는 결정”이라는 의견과 “재벌 앞에서 법원도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조 부장판사의 이름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각종 유언비어까지 퍼졌다.

문제는 조 부장판사를 향한, ‘마녀사냥’ 식 비난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속영장 기각 등 조 부장판사의 전례들을 들며 네티즌들은 “친재벌 판사”라고 폄하했고, 심지어는 조 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라거나 조 판사의 자녀가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라는 근거없는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7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묵념 중인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연합뉴스
이는 비단 조 판사 뿐만이 아니다. 과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구속영장을 두차례 기각한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마녀사냥식의 공격을 당했다. 권 판사는 앞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영선 행정비서관, 정씨에 대해 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국정농단 사태의 폭로자인 고영태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재청구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네티즌들은 국민들의 법감정과 어긋나는 판단이라며 모든 화살을 조 판사에게 돌렸다.

◆‘국민 법감정에 충실해라’ vs ‘법의 원칙에 따라 하라’

이처럼 사법부의 법관들을 비난할때 일각에서는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또 사법부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을 향해 ‘국민정서’라는 단어로 조롱하는 경우가 있다.

‘국민정서’란 한 나라의 국민이 특정 사건에 대해서 집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감정이나 정서를 뜻한다. 또 국민정서법이란, 이러한 국민정서가 헌법이나 실정법 보다 중히 여겨지는 상황을 비꼬는 말이다. 
서울시내 한 대학에 재학중인 박모(25)씨는 “결국 법도 사회와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법관의 재판도 이러한 사회인식이나 국민의 요구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치주의 사회에서 이같은 국민정서는 법보다 우선시 될 경우 법을 무시하게되는 부작용과 인식이 팽배하게 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론의 집중을 받는 사안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판단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법관이다. 국민의 법감정과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원칙에 따라 일을 하고 있다”며 “다만 공정한 재판과 결과를 위해 법관들에 대한 심각한 인격모독적인 발언으로 힘들때가 있다”고 했다. 이어 “판사 개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가하는 것은 재판 독립과 법치주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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