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렇게 막중한 자리일 줄은 (맡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다.” 노무현정부에서 두 차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10여년 전 사석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저서 ‘운명’에서는 “업무량이 늘 한계를 초과하는 느낌이었다. 무리하다 보니 민정수석 1년 만에 이를 열 개나 뽑아야 했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청와대 어느 수석치고 격무에 시달리지 않을까만, 그중에서도 민정수석은 할 일이 유난히 많고 그에 따른 권한도 엄청났다는 이야기였다.

민정(民情)이라는 글자 그대로, 이 자리의 주요 업무는 국민 여론과 민심 동향을 파악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권력기관을 관할하면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도 맡는다. 이렇다 보니 청와대 업무의 절반에 관여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권력을 지탱하는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온갖 곳에서 올라오는 정보는 곧 권력이 되는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건 당연지사. 그래서 역대 민정수석의 운명을 보면 유종의 미를 거둔 경우가 드물다. 박근혜정부만 해도 그렇다. 곽상도 수석은 5개월 만에, 홍경식 수석은 10개월 만에 부실 인사 검증 여파로 물러났다. 김영한 수석도 이른바 ‘항명 파동’으로 8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우병우 수석은 전횡을 일삼다 영어(囹圄)의 몸이 됐고, 그 후임인 최재경 수석은 일주일 만에 옷을 벗었다.

요즘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관 비위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의 거취를 놓고 정국이 시끄럽다. 조 수석 사퇴론이 불거진 것은 특별감찰관 때문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경호처 직원 음주 폭행, 의전비서관 음주 운전이 터졌다. 고위직 후보 낙마자가 6명에 이를 정도로 허술한 인사검증도 문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질책 한마디 없이 조 수석을 재신임했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노 전 대통령이 미는 사람도 흠결이 있으면 칼같이 잘라냈다. ‘조국 교수’는 박근혜정부 시절 정권의 비위를 냉엄하게 꾸짖었다. ‘문재인 민정수석’ ‘조국 교수’였다면 ‘조국 민정수석’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을지 궁금하다.

박창억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