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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활용 '정밀농업'에 120억 투자… 농업 혁신 이끌 것" [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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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7 03:00:00 수정 : 2018-12-06 20: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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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승용 농촌진흥청장/드론 관련 연구만 11개 진행… 작황분석 등 기술 고도화 박차/스마트팜, 원격제어 수준 넘어 AI가 최적환경 조정 솔루션 제공/3세대 스마트팜 완성되면 수출·고용창출·동반성장 효과 클 것 산업화와 경제개방 등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와 농지면적이 줄면서 우리나라 농업이 위기를 맞았다. 1970년대 80%를 웃돌았던 식량자급률은 2010년 이후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식량안보 위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갖은 노력에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우리 농업에 반등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최근 몇년의 일이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그 시발점이다.

6일 서울 여의도 농촌진흥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라승용 농진청장은 “드론, 스마트팜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한 농업이 우리 농촌의 혁신을 이뤄낼 날이 머지않았다”며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도 질 좋은 파프리카를 재배하고 여행과 여가를 즐기면서도 싱싱한 토마토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이 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론과 스마트팜의 연구개발 상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미래농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드론이 떠오르는데, 농업분야 드론 관련 기술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세계일보에서 드론엑스포와 드론낚시대회 개최 등으로 드론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늘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4차 산업혁명 농업분야에서 드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잘 알려진 대로 방제나 파종은 이미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힘을 적게 들이고도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10~15분 정도의 1회 비행으로 약 2㏊의 농지를 방제할 수 있다. 사람이 한다면 하루는 걸릴 일이다. 방제가 쉽지 않은 축사의 지붕 등에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 소독액도 손쉽게 뿌린다. 씨를 뿌리거나 비료를 뿌리기도 쉬워진다. 농진청에서는 2016년부터 드론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만 11개다. 고랭지 배추 재배지와 같은 넓은 지역의 재배면적을 분석해 생산량을 예측하고 작황이 부진한지, 병충해에 걸렸는지도 어느 정도 판독할 수 있다. 벼, 콩, 맥류 등 다양한 작물의 재배 현황 정보 분석은 물론 이러한 부분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진단하고 분석하는 고도화 연구를 진행한다. 2021년까지 4년간 총 120억원을 투입한다. 드론을 활용한 정밀농업이 더 확산하면 농산물의 안정적 수급 정책 수립이나 합리적인 영농계획 수립에 도움을 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농촌의 혁신을 위한 스마트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국형 2세대 스마트팜 시연회를 열었는데 1세대와 어떻게 다른가.

“1세대는 편이성 향상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인터넷을 통해 온실의 온도와 습도를 원격제어한다든가 모니터링하는 수준이었다. 전통 농업보다 편이성은 크게 향상됐지만 이러한 환경을 설정하고 제어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2세대 스마트팜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부분이 더해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 클라우드 시스템이 투입된다. 작물별로 최적의 생육환경, 병충해 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최적의 환경을 자동으로 조정하고, 재배관리에 농민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기상 정보와 온실 내 상태는 물론이고 줄기 굵기나 개화의 정도, 열매의 수나 크기, 질병과 해충까지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농사 경험이 많지 않아도 기술이 없는 젊은 사람들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음성으로 알려줘 고령 농업인에게도 좋다. 비용 부분도 각 농가가 개별적으로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클라우딩 시스템으로 이를 공유해 많이 절감할 수 있다. 온실에 들어가는 부품, 장치 등은 표준화를 해서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다른 농업선진국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 스마트팜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9월 초 네덜란드 최고의 시설원예단지를 보고 왔다. 그쪽에서는 자랑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저는 우리가 기술면에서는 한 단계 앞서간다고 자신한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농업시설회사인 프리바(Priva)의 스마트팜은 아직 사람이 의사결정을 한다. 이번에 개발한 한국형 2세대 스마트팜은 AI가 의사결정을 돕는다. 우리 기술로 만들어냈다. 다만 작물의 생육이나 질병 등의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지 않은 문제가 보완돼야 한다. 블랙박스처럼 어떤 시스템상의 문제에 대한 기록을 자동으로 남기도록 했는데 이의 피드백이 이뤄진다면 더 완벽해질 것이다. 2022년까지는 영상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엔진을 개발하고, 2027년까지 음성인식 등을 더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하겠다. 이런 과정을 통해 3세대 스마트팜까지 완성된다면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인력 양성과 일자리 확보,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도 가져올 수 있다. 올해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했는데 내년엔 4군데 더 늘려서 집적화한 확산 거점으로 활용토록 유도하겠다.”

―드론이나 스마트팜 외에도 농진청에서 진행하는 연구가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것으로 안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2018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 100선 중 우리가 진행한 연구가 11건이나 선정됐다. 연평균 6.5건인데 2배 좀 안 되게 뽑힌 거다. 특히 국립식량과학원 서우덕 박사의 새싹보리 기능성 물질 관련 연구 성과는 생명·해양분야 최우수 성과로 선정됐다. 새싹보리에서 숙취해소를 돕는 성분을 추출했는데 이게 헛개보다 2배 가까이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요즘 시중에 새싹보리 음료 제품이 많이 있는데 이 연구기술을 이전했다. 세계 소비자를 겨냥한 핵과류(복숭아·자두 등) 신품종 개발, 세계 최초로 IoT를 적용해 현장에서 식중독 세균을 검출하는 기술, 김치에서 분리한 효모와 버려지는 잣송이를 활용해 돼지 분뇨의 악취 가스를 감소하는 기술 등도 우수 성과로 인정받았다.”

―요즘 ‘치유농업’ 얘기가 자주 나온다. 농진청이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아는데.

“2011년 농진청 연구개발국장을 하면서 처음으로 농업과 현대의학, 동양의학을 결합한 애그로메디컬(Agro-Medical) 연구회를 만들었다. 학문적인 정리를 위해서였다. 농촌의 경관, 음식, 식물, 동물을 활용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효과가 입증된 사례가 많다. 초등학생에게 주 1회 10주간 식물기르기를 시켜봤더니 언어폭력이 유의미하게 줄었고 청소년은 폭력성과 불안감이 감소했다. 스트레스가 많은 간호사나 대기업 근로자 등은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노인은 우울감과 콜레스테롤 등이 주는 등 심신이 모두 개선됐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세가 잦은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올해 농촌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 봤더니 효과가 컸다. 농촌 마을별로 각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개발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나주 명하쪽빛마을에서는 쪽풀로 천연염색한 옷을 입고 쪽풀 음료를 마시며, 쪽풀 족욕과 약초향기를 활용한 치유숙박을 진행했다. 홍천 열목어마을의 경우는 1급수 계곡에서 치유트래킹, 숲치유, 명상, 마을 약수와 약선치유음식 등을 먹는 식이다. 프로그램 적용 전에는 대상 소방관들의 스트레스지수가 평균 15.7점으로 잠재적 위험군(9∼26점)에 포함됐었는데,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5.8점으로 정상(8점 이하)으로 회복됐다. 소방청과 협약해 소방관 심신건강 치유 정규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치유농업이 잘 정착된다면 국민이 농촌에 와서 지친 몸과 마음도 회복하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식물 외에도 동물, 곤충을 활용한 치유농업을 육성하도록 기술을 보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한다. 내년 봄쯤 전체적으로 정리할 생각이다.”

정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대담=박찬준 부국장 겸 사회2부장

라승용 농촌진흥청 청장은…

△1957년 전북 김제 출생 △김제농고 △방송통신대 농학과 △고려대 농학 석사 △고려대 원예학 박사 △공공기관지방이전지원단장 △농진청 연구개발국장 △국립축산과학원장 △국립농업과학원장 △농진청 차장 △전북대 석좌교수 △농진청장(2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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