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트럼프, '문재인의 기적'을 믿을 것인가 [특파원+]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특파원+

입력 : 2018-12-06 13:00:00 수정 : 2018-12-06 13:59: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북정책 온도차에 미국 내 목소리 엇갈려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 간 비핵화 협상이 6개월가량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북·미 관계와 달리 남북 관계는 순항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내에 한국 방문을 결행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했다. 미국에서는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을 놓고 파열음을 낼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혼재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 채널인 CNBC는 5일(현지시간) “한국의 평화 노력이 미국의 비핵화 추진과 충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는 이날 다니엘 드페트리스(Daniel DePetris)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Defense Priorities) 연구원이 작성한 “‘문의 기적(Moon’s miracle)’을 품어라, 트럼프는 남북한이 평화 정착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文의 기적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려 했다면 그의 대북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남북 관계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그가 지적했다. 드페트리스는 “남북한 관리들은 이제 철천지원수처럼 싸우는 게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서로 파트너로서 대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文의 기적은 단순한 모토를 넘어 지난 1년 사이에 남북 관계를 극적으로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국회시정연설에서 “우리에게 기적같이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국회에 당부했었다.

트페트리스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 강경파 인사들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에 감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취임 직전까지 대북 선제 타격을 주장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남북 관계를 너무 빠르고, 깊숙하게 진척시키면 백악관이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는 일치된 입장이나 비핵화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을 놓고 심각한 견해 차이를 보인다고 그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 비핵화, 후 대북 제재 해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 정부는 평화 정착과 북한의 경제 개발이 비핵화의 선결 요건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문재인이 옳고, 트럼프 또는 그의 국가안보 참모진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선택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핵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고, 미사일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핵·미사일 목록 제공을 요구했지만, 북한이 완강하게 거부했다. 북한의 영변 핵 시설을 시찰했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김 위원장이 그 목록을 제공할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트럼프가 지금 곤경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의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은 막다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지금의 남북한과 같은 신뢰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그가 강조했다. 남북한은 군사분계선에서 긴장 완화, 전방 초소 철수, 비행금지구역 설정, 철도연결 사업 추진, 각급 회담 정례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는 “남북한 간 합의에 핵문제가 들어 있지 않지만, 그 어떤 것도 결코 가짜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문 대통령이 리드하는 대로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추진된다 해도 이것이 2021년까지 이뤄질 수는 없고,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의 대북 평화 이니셔티브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변칙의 협상가라면 당장 실현되지 않을 비핵화에 매달려 남북 관계 발전을 방해할 것이 아니라 남북한이 공고한 평화 정착을 이루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대립

미국의 CNBC 방송은 고립된 북한을 포용하고, 통합하려는 한국의 열망은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미국의 목표와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C는 “한국의 기차가 10년여 만에 북한 땅을 달릴 예정이지만 그런 평화 노력이 북한의 비핵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미국에서 많은 인사가 남북 관계의 신속한 진전과 북한의 느린 비핵화를 비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영합한다는 비판을 받는 속에서도 오랫동안 대북 포용과 화해를 옹호했다”고 전했다.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는 이 방송에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비핵화보다 통일과 평화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 입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북 압박을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고, 한·미 사이의 긴장이 앞으로 더 고조될 것이라고 김 교수가 전망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