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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침묵의 살인자’ 화학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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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5 22:39:18 수정 : 2018-12-05 22: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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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서 10만종 넘게 사용 / 침대 라돈 검출 등 공포심 안겨 / 유해물질 시장 진입 막아 퇴출 / 생산공정서 발생 최소화 해야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각종 화학물질이 특정 목적으로 합성·보급되고 있으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생활 곳곳에 침투한 합성화학물질 제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작년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고 살충제 계란 파동 등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최근에는 라돈 침대와 수돗물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 검출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심각한 수준이다. ‘케미포비아’라는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의미하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현재 화학물질은 전 세계에서 10만 종 이상이 사용되고 있으며 매년 2000여 종의 신규화학물질이 개발·상품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1만6150종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매년 수백 종이 시장에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김승도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문제는 이처럼 수많은 화학물질이 생산·보급되고 있으나 화학물질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957년 독일제약사 그뤼넨탈이 임산부의 입덧을 줄이거나 막아주기 위해 개발한 신약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탈리도마이드는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나 이 신약을 복용한 임산부가 유산하거나 팔 다리가 없는 기형아를 출산하는 부작용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학물질 관련 대형 참사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2000년 이후 가습기 사용이 급증하며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가 우후죽순으로 출시되면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고, 생존자는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그 피해는 진행형이다.

가습기 살균제에서 문제가 된 성분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과 ‘염화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으로 다른 살균제에 비해 피부·경구에 대한 독성이 5~10분의 1 정도로 적은 데다 살균력이 뛰어나고, 물에 잘 녹는 특성으로 가습기 살균제로서 최적화됐다고 제조사는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이 호흡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사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보급됐다.

우리나라의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에서 ‘화학물질’은 원소·화합물 및 그에 인위적인 반응을 일으켜 얻어진 물질과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변형시키거나 추출 또는 정제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화학물질 중에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은 유독물질, 허가물질, 제한물질, 금지물질, 사고대비물질, 그 밖에 유해성 또는 위해성이 있거나 그러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로 화관법에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유해성’이란 화학물질의 독성 등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의 고유 성질로 정의하며, ‘위해성’이란 유해성이 있는 화학물질이 노출되는 경우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발암물질 중 대부분이 화학물질과 연관돼 있으며, 국내 사업장에서 발암물질 배출량은 2001년 5917t, 2009년 5865t, 2015년 7795t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발암물질 등 고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해 5년마다 저감계획서를 작성 제출하고 지역사회에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는 예방, 발생 최소화, 안전처리라는 원칙을 설정해야 한다. 예방 차원에서는 사전관리를 통해 유해화학물질 발생을 원천적으로 근절 및 억제해야 한다. 유해화학물질의 대체물질과 대체공정을 개발·적용하고, 신규화학물질과 기존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치밀하게 평가해 유해화학물질의 시장 진입을 막고 점차 퇴출시켜야 한다. 또한 전 과정 관리를 통해 생산공정 및 제반 활동에서 유해화학물질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생산공정 및 제반 활동에 의해 발생된 유해화학물질은 재사용, 재활용, 후처리기술 적용 등의 사후 안전처리를 통해 인간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축을 위해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부단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승도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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