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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균열의 전조’는 차고 넘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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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4 21:33:51 수정 : 2018-12-04 21: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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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사태·대법원장 車 테러/ 특감반 비위·안보 보루 軍 혼란…/ 공권력 추락·공직기강 해이 ‘민낯’/‘金 답방’으로 모든 우려 사라질까 나라가 어수선하다.

정치에 대한 염증은 일상이 됐다. 악화일로라는 경제난 소식에는 둔감해졌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로 여기기로 했다. 그래야 맘이 편할 듯해서다.

박병진 외교안보부장
그런데 요즘 부쩍 말초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많아졌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난달 22일 민주노총 소속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이 회사 임원을 집단폭행한 사건이다. 영화 ‘베테랑’의 역(逆)버전처럼 보여 놀라웠다. 유성기업은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의 대표적 사례처럼 알려져 온 곳이다. 노사 간 뿌리 깊은 대립과 갈등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을 거란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폭행을 방조한 경찰의 태도는 납득이 가질 않는다. 당시 이 회사 직원들은 6차례나 112에 신고했다고 한다. “사람이 맞아 죽는다. 빨리 와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전해진다. 그런데 인근 파출소와 지구대, 강력계 형사 등 경찰관 20여명은 민노총이 막아선다는 이유로 40분 넘게 폭행 현장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추락한 공권력의 민낯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승용차가 화염병 테러를 당했다. 계란 세례도 아니고, 시위현장에서도 사라진 화염병이 법을 수호하는 최고 공직자에게 던져진 것이다. 개인의 불만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일그러진 사회상의 투영이라지만 이 역시 사법불신이 초래한 공권력의 추락이다.

이틀 뒤인 29일에는 현직 경찰 고위간부가 내부 승진인사를 정면 비판하며 국정조사까지 요구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간부는 “경찰 인사를 청와대가 좌지우지하고 빽있는 사람이 승진하는 구조”라고 일갈했다.

적폐청산을 내건 현 정부의 코드 인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 요직에 있던 인물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하거나 강제로 옷을 벗기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일은 다반사였다. 이러니 공직자들이 업무는 뒷전인 채 걸핏하면 수사기관에 불려 다녀야 했다. 바로 설 것으로 기대했던 공직기강은 오히려 허물어졌다. 대신 불평과 불만이 채워졌다. 정권의 반대편에 선 이들은 ‘내로남불’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통치구조 탓이라고 비판한다.

공직기강 누수는 급기야 청와대로까지 번졌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 파견돼 일하던 검찰 소속 직원이 경찰 수사에 개입한 비위(非違)가 드러난 것이 발단이었다. 특감반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단체로 골프를 쳤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특별감찰반원 전원을 교체했다. 공직기강을 다잡는 특별감찰반원 전원을 물갈이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터졌던 경호처 직원의 음주폭행, 김종천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에 이은 잇단 기강해이가 향후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봉합에 나선 것일 게다. 자연 조국 민정수석에게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 스스로 불신을 양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만나 “한국은 2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데 지난 40년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지난해 6월 ‘탈원전 선언’ 때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했던 모습과는 대비된다. 국민의 눈으로 볼 때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0% 이하로 뚝 떨어졌다.

안보의 보루인 군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총부리를 맞댔던 과거를 일순 지운 채 군축(軍縮)과 평화체제 실현에 앞장서라는 주문에 허둥지둥한다. 예비역들 사이에서도 갈등과 마찰음이 들린다. 주문이 도를 넘는다면 군기(軍紀)의 이완(弛緩)은 자명하다. 군의 이완은 균열을 부른다. 우리는 안보가 흔들려 국가의 지탱이 힘들어진 경우를 지난 역사에서 무수히 봐 오지 않았던가.

이미 사회 곳곳에서 균열의 전조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만 성사되면 이 모든 우려를 걷어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청와대발 ‘빅 이벤트’를 보는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은 이유다.

박병진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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