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수업교과 교사’ vs ‘非수업 교사’ 직군 분리를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8-12-03 23:14:19 수정 : 2018-12-03 23:14: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교육문제를 법적·제도적으로 잘 뒷받침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유치원법 개정안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유치원법뿐일까. 교육현장의 비교과 교사문제도 언젠가는 손을 보아야 할 문제다. 문제가 크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지만 공개적으로 꺼내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다. 교육력을 극대화하고 교사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교사로서의 직무 정체성이 약한 ‘비(非)수업 교사’군과 직접 수업을 담당하는 ‘수업교과 교사’군의 트랙을 분리하는 문제다. 일견 큰 문제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학교의 교육력 극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구조적인 문제다.

학교 내에는 수업교사들과 비수업 교사들이 있다. 전자는 말 그대로 수업을 전담하는 교사인 반면 후자는 학생의 수업활동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교사를 말한다. 영양교사, 상담교사, 보건교사, 사서교사들이다. 이들의 직무활동은 완전히 다르다. 뿐만 아니라, 업무 특성상 교무 영역보다는 행정실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미국의 경우, 사서(school librarian), 교의(school doctor), 영양사(school nutritionist), 학교간호사(school nurse), 상담사들은 교사군과는 달리 모두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분류하여 별개의 일반직 트랙이다. 우리의 경우도 대학의 사서들이나, 학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직군과 구조적으로 분리돼 있다. 이는 직무 성과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리한 조직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현장은 수업교과 교사와 비수업 교과교사가 같은 교사직군으로 묶여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실제로 성과급 배분 문제, 방학 중 도서관 개방 문제, 관련 업무처리를 놓고도 교과교사와 비교과 교사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성과급 배분의 경우 수업교과와 비수업 교과는 성과측정 기준의 이질성으로 매년 갈등이 되풀이된다. 학생을 위해 방학 중 도서관을 개방해야 한다면 다른 교사는 다 쉬는데 왜 사서교사만 출근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이런 이유로 학교의 핵심시설인 도서관을 개방하지 못하는 학교도 있다. 영양교사들은 기존의 영양사들과 업무가 그대로 중복된다. 영양사들을 놔두고 왜 다시 영양교사를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특별히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영양사들을 영양교사로 만들어 옥상옥(屋上屋)이 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러한 문제는 모두 직무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교사라는 한 틀로 묶어 발생하는 인사제도상의 문제이다. 비교과 직군까지 굳이 교사화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교원인사 제도의 재검을 통해 교육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교육의 질 개선은 전적으로 교사의 헌신과 열정에 달려 있다. 하지만 교사 개개인의 교육활동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원하느냐 하는 인사제도 문제는 더 중요한 문제다. 수업교과와 비수업 교과군을 분리하는 쪽으로 인사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있어야 할 이유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