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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데뷔" 희망 품고… 연습에 또 연습

입력 : 2018-12-02 19:33:32 수정 : 2018-12-02 22: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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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보증’ 거대기획사 입성 안간힘/ 연습생만 수백명… 자유없이 복종/ 레드벨벳 슬기 7년… 지소울은 14년/ 설하윤, 12년 만에 트로트로 전향 몇 해 전만 해도 ‘만년 연습생’이라 불렸다. ‘JYP 최종병기’라는 별칭이 줄곧 그를 따라다녔다. ‘지소울’(G.Soul·본명 김지현) 이야기다.
왼쭉부터 설하윤, 지소울, 슬기

지소울은 2001년 SBS ‘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 99%’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에게 발탁됐다. JYP에 들어간 그는 미국 데뷔를 목표로, 현지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그의 근황은 박진영을 통해 간간이 알려졌다. 2007년에는 팝스타 알 켈리가 지소울의 음반을 프로듀싱, 제작, 매니지먼트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JYP의 미국 진출이 실패하면서 지소울의 데뷔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그는 2015년 1월이 되어서야 미니 앨범 ‘커밍 홈’(Coming Home)으로 데뷔에 성공한다. 오랜 기다림 끝의 데뷔였지만, 그리 많은 활동을 하진 못한다. 2016년 6월에 박재범의 레이블인 하이어뮤직으로 소속사를 옮기고, 지난해 12월에 현역으로 입대했다. 현재는 군복무 중이다. 14년을 연습생으로 살았지만, 가수 활동은 단 2년뿐이었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들은 자신들이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연습생 6개월 만에 데뷔할 수도 10년, 15년이 지나도 여전히 연습생일 수도 있다. 심지어 트로트 가수나 배우 등으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데뷔해도 성공할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기획사를 박차고 나올 수도 없다. 대중가요계가 이미 기획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SM·JYP·YG를 비롯한 거대 기획사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언론과 대중의 눈길을 한 몸에 받는다. 간혹 중소 기획사 출신 아이돌 가수들이 독특한 콘셉트나 뛰어난 가창력 등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론 대형기획사에 소속돼 있지 않으면 ‘출세의 줄’을 잡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때문에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들은 기를 쓰고 대형기획사에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기획사에 입성하는 순간 자유가 사라진다. 기획사에서 짠 일정에 따라 모든 삶이 결정된다. 거부할 수 없다. 연습기간이 너무 길다고 불평도 못한다. 이미 기획사 안에는 자신과 같은 연습생들이 수십, 수백명이 있기 때문이다. 기획사에서 쫓겨나면 다른 기획사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점도 이들의 행동을 억압한다.

이러한 사정 탓에 지망생들은 데뷔 기약도 없이, ‘언젠가는 가수가 될 것’이라는 희미한 희망만 쥐고 긴 시간을 참으며 연습생으로 살아야 한다. 트와이스 지효와 우주소녀 설아는 연습생 생활을 10년 동안 했다. 프리스틴 시연은 9년, 레드벨벳 슬기는 7년이다. 오랜 세월에도 아이돌 가수 데뷔를 못한 채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 설하윤이 대표적으로, 그는 12년을 연습생으로 살다가 결국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한 아이돌 가수는 “연습생 생활이 길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더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들어가고, 기획사에서 시키는 것들을 무조건 따라하며 성장하게 된다”고 들려준다. 그는 “기획사에 불만을 토로하면 쫓겨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나이를 먹고 쫓겨나면 다른 곳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욱 복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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