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큼한 맛' 중고차 시장…판도 바꿀 OO 필요하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8-12-02 06:00:00 수정 : 2018-12-01 11:44: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올해 말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230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인구 2.3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연이은 경기불황에도 수입차 등록 대수 점유율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과 맞물려 전기차 비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승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 '세컨드 카(Second Car)' 수요 등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관념이 바뀌고 있는 점도 이유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자동차가 '한 번 사서 오래 타는 것'이라는 소유형 재화의 의미를 지녔다면, 현재의 자동차는 소유의 개념에서 조금씩 벗어나 '공유'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렌트 및 리스 등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개별 생활 패턴에 맞는 차량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자동차 브랜드의 연말 프로모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잦은 출시 등이 더해져 차량 생애 주기가 짧아진 점도 중고차 구매를 촉진하고 있는 요인이란 분석입니다.

#1.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중고차를 사려다가 큰 낭패를 보았다. 온라인상으로 마음에 드는 차량을 확인한 뒤 해당 차가 전시되어 있는 한 매매단지를 방문했지만, 그 차량은 온데간데 없었다. 매매업자는 그 차량이 방금 팔렸다며 다른 차량의 시승을 권유했다. 좋은 매물이니 부담없이 타보라고 권유한 탓에 김씨는 별 생각없이 시승을 하고 돌아왔다.

그러자 매매업자는 계약 서류를 준비해놓고 서명을 하라며 강요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구매할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하자 매매업자는 갑자기 태도로 큰 소리를 냈고, 낯선 남자들이 나타나 위화감을 조성했다"며 "40여분간 실랑이 끝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자동차 대금을 입금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뉴스에서나 접하던 강매를 실제 경험하게 된 것이다.

#2. 세컨드 카로 중고차를 구매한 송모(45)씨는 최근 차량 수리 비용에 많은 돈을 들인 뒤 속앓이를 하고 있다. 차량을 구매하고 처음 몇 달 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어느 날 도로 위에서 갑자기 차가 멈추는 사고를 겪었다.

송씨는 그 이후 계속 수리센터를 왕래하고 있지만, 이대로가다간 더 큰 비용을 지출하게 될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차라리 새 차를 구입하는 게 낫겠다'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중고차 시장이 최근 10년 새 두 배로 커지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관련 피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이전등록 대수는 약 373만대로, 2007년 약 185만대의 수치에서 10년 새 2배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의 신규등록 대수가 2007년 약 129만대에서 2017년 약 185만대로 43.3%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중고차 시장의 성장세가 월등히 빠른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수치는 정부에서 소유권이 이전되는 모든 거래횟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이를 감안했을 때도 상당히 높은 수치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9월 최근 5년간(2013~2017년) 접수된 중고차 매매 피해구제 신청이 1754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허위매물로 인해 사기 피해는 포함하지 않아 중고차 매매 관련 피해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질 낮은 중고차를 시큼해서 먹기 힘든 레몬에 빗댄 것과 같이, 국내 중고차 시장도 여전히 '레몬마켓(lemon market)'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셈이다.

레몬마켓은 미국인들이 중고 자동차 시장을 빗대 표현하면서 나온 말로, 시고 맛없는 레몬처럼 질 낮은 저급품이 주로 유통되는 시장이란 뜻이다.

◆넘쳐나는 중고차 피해,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중고차 시장은 왜 레몬마켓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제품에 대한 품질과 사후관리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자동차매매업 등록기준 조례에 따르면 연면적 660㎡ 이상의 전시시설과 성능점검·검사 시설 등의 공간을 의무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매매업자 5인 이상이 공동장소에서 사업하는 경우 면적기준이 완화된 뒤 영세 사업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했다. 규제를 피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형 매매단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자료사진
매매업체들이 한 곳에 모이고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일부 판매자를 중심으로 사기 행위가 벌어진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상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의 허위매물을 올린 뒤 일단 고객을 유인한다.

이같은 '미끼매물'을 물고 고객이 방문하면 다른 매물을 보여주거나 위의 사례처럼 공갈, 협박 심지어는 폭행 등을 일삼기도 한다.

자동차 취등록세와 시운전을 위해 필요한 책임보험 등의 비용과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개인간 거래를 하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업계에선 지금의 중고차 시장 환경이 전보다 많이 개선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음성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차량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게 국내 중고차 시장의 현실.

◆중고차 거래 후 소비자 보호하는 규정 미비

중고차 관련 규제에 대한 문제도 있다. 특히 판매업자에 주어지는 과도한 규제에 비해 거래 후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사후 관련 법과 규제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나온다. 이 균형을 찾기 위해선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 개선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일본의 경우 엔진오일 교체 이력까지 상세하게 기록이 되어있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객관적인 차량 시세까지 한 번에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록부는 형식적인 문서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정확한 알권리를 사실상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해외에서는 자동차 업체들이 중고차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신차 출고 시 생성되는 블록에 차량의 상태와 거래 전 과정을 저장하고 정보를 공개한다.

정비 기록 위조 및 삭제가 불가능해 정보의 비대칭성은 물론 투명성까지 높인다. 국내는 서울시가 중고차 매매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레몬마켓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소리 높여 신뢰를 외치고 있다. 그 수단으로 허위매물을 없애기 위한 플랫폼 개발, 자체적인 검증 프로그램 운영, AS 강화 등이 있다.

자동차 전문 유통·관리 기업 오토플러스㈜의 신개념 중고차 브랜드 '리본카(RebornCar)' 경우 전문 검진 센터를 통해 퀄리티를 확보하고, 전 과정에서 전문 인력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중고차에서는 최초로 구매 후 6개월 내 주행거리 1만km까지 엔진, 미션 등 5가지 주요 부품에 한해 무상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존 마켓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아 호평을 받고 있다.

오토플러스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모든 문제에 대해 선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리본카가 내세우는 브랜드 철학이자 사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중고차로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선제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며, 고객의 카 라이프 스타일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컨설팅하겠다는 것이다.

◆'음지'의 중고차 시장, '양지'로 이끌어 낼 방법 없을까?

직장인 유모(33)씨는 최근 아내가 아이를 가지면서 패밀리카로 사용할 SUV차량을 리본카에서 구매했다. 아기가 어릴 때만 잠시 SUV 차량을 사용할 계획이라 중고차를 찾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출시 5년 미만 차량을 엄격하게 선별해 상품화한다는 리본카를 알게 되었다. 구매 후 자동차 관리, 수리, 처분까지 직접 담당한다고 하니 신뢰가 생겼다. 유씨는 "리본카 디지털쇼룸을 통해 원하는 차량을 선택하고, 차량에 대한 1:1 실시간상담으로 현장방문 없이 차량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차량을 믿고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그는 거의 새 차 수준과 비슷해 보이는 최상의 차량 상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씨는 "그래도 중고차량이라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걱정했지만 구매 후 1년간 방문 점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마음이 든든했다"고 흡족해했다.

한편 온라인으로 중고차 매매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온라인으로 중고차 매매를 알선하는 업체에게 부과되던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고 밝혔다. 그간 온라인으로만 중고차 매매알선을 하는 사업자도 오프라인 매매업자와 동일하게 자동차 전시시설이나 사무실 마련을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불편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매매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매매업 발전 민·관합동협의회’를 꾸려 협의한 결과 ‘온라인 자동차 매매정보제공업’을 신설하고 온라인 맞춤형 등록기준을 새롭게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규제 완화로 온라인사업자는 수도권 기준 연간 1억원 상당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청년·새싹기업이 활성화되고 중고차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이번 온라인 자동차 매매정보제공업 신설 및 규제완화가 중고차 시장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불편규제 발굴 및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사고 팔 때 허위매물, 정보불균형 등 여러가지 어려움에 부딪치는 게 현실이다.

'시큼한 맛'의 오명을 쓴 국내 중고차 시장이 '달콤한 맛'으로 탈바꿈할 날이 올까? 업계의 자정 노력은 물론 당국의 혜안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