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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트럼프· '벼랑 끝' 김정은…文의 중재 통할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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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9 15:17:16 수정 : 2018-11-29 15: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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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부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별도로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양국의 대북 정책을 조율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 6개월 가까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거부한 채 미국과 치열한 장외 대결을 하고 있어 두 정상이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특히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널리 퍼지면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놓고 충돌 코스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밀리터리 닷컴은 28일 안보 역사학자인 조셉 미칼레프(Joseph Micallef)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은 이날 “남북 화해가 북한의 비핵화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

미칼레프는 밀리터리 닷컴 기고문에서 “북한이 성공적으로 시간 싸움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대북 정책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그가 강조했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와 협상하면서 시간을 끌고, 미국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져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고 미칼레프가 지적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지렛대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를 놓고 타협안을 찾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중간 기착지인 체코 프라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8일 오전(현지시간) 프라하 성내 비투스 성당을 둘러본 뒤 기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면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정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을 요구해도 이를 절대로 수용하지 않으면서 버티기 작전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으나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애틀란틱은 “한반도에서 한국 전쟁을 끝내는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남북한이 전방 초소를 폐쇄했고,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으며 가장 충돌 위험이 있는 큰 지역에서 서로 무장해제를 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시한이 설정된 13개 프로젝트 중에서 현재까지 5가지가 그 기간 내에 이뤄졌고, 4가지가 정상 궤도에 있다고 애틀란틱이 지적했다. 남북한은 철도 연결에 필요한 공동 조사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대북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았다. 남북한은 연내에 철도 연결 착공식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되지 않으면 남북한 경협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개성 공단 재개 또는 금강산 관광 등은 이뤄지기 어렵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끝없이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고,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문 대통령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의 대북 압박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평화 체제와 비핵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한 간 조처가 북한의 비핵화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 북·미 간에 신뢰가 구축돼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 정부의 판단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바라는 종전 선언도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평화 프로세스와 비핵화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게 문 대통령 정부의 인식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평화 체제와 비핵화를 양립할 수 없는 관계로 본다고 애틀란틱이 지적했다. 미국은 종전 선언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선물을 북한에 먼저 주면 북한이 과실만 챙긴 채 비핵화를 거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종전 선언이 이뤄지면 이를 근거로 한·미 군사 동맹 체제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동원할 것이라는 게 트럼프 정부의 판단이다.

트럼프 정부는 문 대통령 정부가 주장하는 대북 제재 완화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대북 압박이 사라지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 충돌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애틀란틱에 “문 대통령이 미국과 충돌 코스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미국 관리들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비타협적 태도에 좌절감을 느끼고,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 옵션과 최대 압박 전략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한·미 동맹 관계에는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제임스 액튼은 “남북한 간 평화 구축 작업은 낙관적이고, 북한의 비핵화는 비관적일 수 있다”면서 “문제는 미국이 비핵화 없는 평화 정착을 용인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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