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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과 캣맘 교감 다룬 ‘사랑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아’ 출간

입력 : 2018-11-29 03:00:00 수정 : 2018-11-28 17: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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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버리고 다른 존재를 위해 헌신하게 되는 따뜻한 감동 뭉클 “길고양이 생활은 쉽지 않다. 부드러운 침대나 늘어져서 쉴 소파, 누워 있을 따뜻한 무릎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스스로, 그리고 서로 그루밍을 해 주며 단장을 한다. 그리고 자신감, 편안함, 뚜렷한 내면의 힘, 진실성을 품은 듯 움직인다.”

가볍게 스치고 지나갈 길고양이에게서 배운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감동 에세이 ‘사랑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아’(앤드루 블룸필드 지음, 윤영 옮김, 마리서사)가 나왔다. 연민은 미덕이 아니라 책무라는 교훈을 주눈 따스한 책이다.

저자 앤드루 블룸필드는 출판 이력이 풍부하고 서점도 운영한 바 있는 할리우드의 무명 작가지만 2년 가까이 네팔에서 보내며 17세기 순례자들의 가이드북을 따라 히말라야 주변 성지를 연구한 독특한 인물이다. 이 작품 하나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어느날 보도블록에 불쑥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런데 그림자 모양이 어딘가 이상하다. 뾰족한 귀에 긴 수염, 치켜세운 꼬리까지 있다. 바로 고양이다. 당신이 알든 모르든 간에 고양이는 거기에 있다. 그 사실을 한 번 알게 되면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에게 그 고양이에 대한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블룸필드가 안개가 짙은 어느 여름밤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때,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랑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아’의 원제 ‘CALL OF THE CATS: What I Learned about Life and Love from a Feral Colony’에서 말해주듯이, 모든 일은 그날의 작은 부름에서 시작되었다.

때때로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야생에서 태어나 야생에서 머무르는 길고양이들도 그렇다.

책은 저자가 길고양이들의 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보낸 이십여 년의 시간을 진솔하고도 유쾌하게 다룬다.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이기적이고 안일한 사고가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가운데, 우리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어른들을 보고 자라며 마침내 그와 똑같은 사람이 되었다. 이유 없는 호의는 의심하고 당연하게도 기브 앤 테이크를 외친다. 이런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돈과 시간을 길고양이에게 내어준 저자는 이해되지 않는 ‘별종’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길고양이들을 돌보아 줌으로써 자신의 삶이 구해졌다고. 이 계산적이지 않은 이야기는 행복을 언젠가 이루고야 말 목표쯤으로 생각하는 현대인에게 놀라움과 희망, 그리고 온기를 전해 준다.

고양이와 당신의 삶은 계속 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사랑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아’는 우리에게 한 생명과 함께함에 따르는 책임감을 일깨워 준다. 많은 순간 사소하게 느껴져 잊고야 마는 그 무게를 말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밥을 주고, 아프지 않은지 관심을 두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을 지속해 나가는 사람은 다른 어떤 일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저자는 책 어디에서도 생명 존중이나 경외를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묵묵히 가족을 지켜내는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책은 결국 주인공이 해피엔딩을 맞이하였다는 기승전결의 완벽한 소설이 아니라 그저 계속되는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다. 지금도 그는 고양이들과 함께 있을 것이다. 내일도, 그 모레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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