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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독재자 미화" vs "과도한 적개심"…김정은을 보는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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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8 07:00:00 수정 : 2018-11-28 0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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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김정은 미화 논란①] 찬반 논쟁 분석 최근 공영방송 EBS의 자회사 EBS미디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라고 표현한 입체퍼즐 교구를 판매하며 ‘독재자 미화’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교구에 들어있는 설명문은 김 위원장에 대해 “2009년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정치적인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고 2011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에 올라 북한의 제1인자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독재자 면모와 세습정권에 대한 설명을 생략해 논란을 샀다. 아이들에게 왜곡된 안보의식을 심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EBS미디어는 해당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EBS미디어와 파트너사 스콜라스가 출시한 김정은 입체퍼즐 교구.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김 위원장을 ‘위인’이라고 표현한 청년단체까지 등장했다. ‘위인맞이 환영단’이란 이름의 단체는 이날 “단원을 공개모집 한다”며 지난 정상회담에서 서울방문을 약속한 김 위원장을 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현수막을 내걸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지하철 광고를 통한 홍보계획을 소개해 종북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을 어디까지 인정해야하는가? 연내 남북 종전선언과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이러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인정이 평화 분위기의 일환이라는 주장과 독재자 미화라는 비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청와대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손가락 하트 사진. 청와대 제공
◆남북정상회담 이후 인기 얻기 시작한 김정은

김 위원장 미화 논란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깍듯하게 환대하는 모습이 생중계되자 베일에 싸인 독재자로 묘사됐던 그의 이미지가 친근함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평화 분위기에 힘입어 각종 패러디가 등장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 위원장을 ‘으니’로 칭한 합성 사진들이 공유됐고 김 위원장이 냉면을 소개하는 사진이나 캐릭터화된 이미지들이 온라인을 떠돌았다.

문 대통령과 연관된 상품을 일컫는 ‘이니굿즈’에 이어 일명 ‘으니굿즈’까지 등장했다. 김 위원장의 얼굴을 담은 초상화나 김 위원장이 찼던 시계, 피규어까지 ‘으니굿즈’로 판매될 정도였다. 한 유명 인디가수는 SNS에 김 위원장을 본뜬 피규어 사진을 공유하며 “소장욕 폭발. 귀엽다”라는 글을 남겨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지난 9일 한 인디가수가 SNS에 올려 논란이 된 김정은 피규어. 인스타그램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열린 정상회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는 말을 건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같은 달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김 위원장 인식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가 ‘김 위원장에 대한 생각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나빠졌다’고 답한 사람은 단 1%에 불과했다.

◆독재, 친족살해, 인권침해…“김정은 미화 안 돼”

일각에서는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인기에 대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세습으로 인해 정권을 잡은 독재자이고 그 과정에서 친족까지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고문, 공개처형, 연좌제 적용 등 인권문제를 비난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4년간 북한 인권침해 규탄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지도자로 인정하고 미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체재나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미화해서는 안 되며 북한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환영하는 단원 모집에 나선 청년단체 ‘위인맞이 환영단’
◆한편에선 김정은 사진 찢고 체포조 만들고

반면 일부 보수단체들은 김 위원장을 규탄하고 나섰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단체들을 비난하며 맞불집회를 펼쳤다. 이들은 지난 18일 집회에서 “김정은을 혼내야지 어떻게 비호하냐”며 “김정은은 핵포기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정은 미화’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문제제기에 나서기도 했다. 보수단체들은 지난 16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단체 ‘백두칭송위원회’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7조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하는 자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부 집회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진이나 인공기를 찢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한애국당은 지난 23일부터 ‘김정은 체포특공대’를 모집한다는 공고까지 내걸었다.

◆“적개심 낮추되 대화 파트너와 비민주적인 북한, 구분해야”

현재 남북화해분위기에서 ‘대화 파트너로서의 북한’과 ‘숙청, 인권탄압, 공산주의 국가로서 북한’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분단의 세월동안 쌓여온 적대심은 낮추되 북한 체제에 대한 지나친 미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2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북한 체재를 미화해서는 안 되며 북한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남북 화해분위기에서 북한과 김정은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지만 정식 국가,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내에서 공론화될 문제”라며 “문화적으로 북한을 이해하려는 시선은 필요하지만 경제체제, 민주적 제도에 관해서 객관적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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