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원전 2.5기 전력 생산·절감… 주민 일자리 창출 ‘일석이조’

입력 : 2018-11-27 03:00:00 수정 : 2018-11-26 23:50:0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① 시민이 에너지다 / 市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6년 / 석탄화력발전소 5기 대체 효과 / 시민 387만여명 사업 시행 동참 / ‘에너지 민주주의’ 실현 이끌어 / 마을기업 세워 수익사업 병행 / 전기 아낀 돈으로 이웃 돕기도
#1. 지난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전기요금 폭탄’ 우려가 컸지만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48·여)씨는 걱정 없이 에어컨을 틀었다. 부부 침실과 거실, 옥탑방에 사는 아들방까지…. 김씨네 집에 설치된 에어컨은 24시간 쉴 틈 없이 돌아갔다. 하지만 김씨가 납부한 월 전기요금은 3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옥상에 설치한 미니태양광 12개 패널이 낮 동안 전기를 생산한 덕분이다. 김씨는 “우리 집은 작은 발전소”라며 “거꾸로 가는 전기 계량기를 보면서 전기를 쓰는 사람에서 생산하는 사람이 된 것을 실감한다”고 활짝 웃었다.

#2. 서울 영등포구의 이재술씨는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흙으로 대충 지은 탓에 여름에는 비가 샜고, 겨울에는 바람이 숭숭 들어와 너무 추웠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와 한화63시티 자원봉사단의 ‘건물에너지효율화(BRP) 사업’으로 이씨는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 바람이 새지 않도록 두꺼운 창문을 새로 달았고, 비뚤어진 벽은 단열공사와 함께 반듯하게 세웠다. 이씨는 “보수부터 도배까지 하고 나니 마치 신혼집이 된 것 같다”며 “인생 막바지에 서럽고 마음이 아팠으나 BRP 사업으로 이웃의 온정을 느끼며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십자성 에너지 자립마을’ 주택가 옥상(왼쪽)과 서대문구 홍은1동 ‘호박골 에너지 자립마을’에 미니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 제공

◆‘원전 하나 줄이기’ 시행 6년 만에 원전 2.5기 줄여…

서해안과 동해안을 따라 세워진 석탄·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 대부분은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소비된다. 특정 지역의 희생으로 일부 지역이 수혜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중앙집중식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시민이 에너지 정책에 참여하고, 청정에너지를 생산, 절약하는 ‘에너지 민주주의’와 ‘에너지 분권’을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정부에 제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권고안에서도 국민참여·분권형 에너지거버넌스를 구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관련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이미 서울시는 6년째 에너지전환사업 ‘원전 하나 줄이기’를 시행하며 에너지 자립도시를 선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9월 현재까지 시민 387만여명이 참여하는 등 에너지 생산부터 효율화, 절약에 이르는 서울형 에너지 정책들은 시민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일보는 4회에 걸쳐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의 현황과 성과를 짚어본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은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해 9월 전국 순환정전 등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당시 2.95%에 불과하던 서울의 전력자립률을 높이기 위해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2014년 12월까지 원자력발전소 1기(연간 생산량 200만TOE)를 대체한다는 1단계 목표를 그해 6월 조기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 서울시는 곧바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2단계인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에 돌입, 2020년까지 원전2기분의 에너지를 추가 생산·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100여개의 단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 시작부터 9월 현재까지 원전 2.5기에 해당하는 491만TOE를 생산·절감했다. 이는 석탄화력발전소 5기를 대체하고, 30년생 소나무숲 16억1100만그루를 조성하는 효과다. 

◆‘에너지 자립마을’, 에너지 절약부터 수익사업까지…

원전 하나 줄이기의 가장 큰 특징은 정책의 입안부터 시행, 평가까지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시민들로 구성된 원전 하나 줄이기 시민위원회와 실행위원회의 아이디어로 관련 정책들이 탄생했고, 387만여명의 시민이 에코마일리지, 태양광 미니발전소, 나눔카, 에너지협동조합 등 사업에 참여하는 등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자발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는 마을공동체인 ‘에너지 자립마을’은 빠르게 확산돼 현재 100곳에 달한다. 에너지 자립마을로 선정되면 서울시로부터 최대 3년 동안 태양광 패널 설치비와 교육비 등을 지원받는다.

에너지 자립마을은 단순히 에너지 생산·절약만이 아니라 마을기업 등을 설립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사업을 추진하는 등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호 모델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이 대표적이다. 성대골은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2014년 서울시 지원 종료 이후에도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과 에너지 신산업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에너지 자립마을 중 최초로 마을기업(2012년), 비영리법인 사회적협동조합(2016년), 영리법인 협동조합(2018년) 등 총 3개의 사회적경제조직을 설립했으며, 에너지·기후변화 양성과정을 통해 강사를 육성해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아울러 국내 최초의 ‘에너지슈퍼마켙’(‘ㅌ’ 받침은 Energy의 앞글자를 본떠 만듦)에서는 에너지 제품을 소개하고 ‘에너지 탐방길’을 조성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다.

에너지로 상생과 나눔을 실천하는 곳도 있다. 2000가구 규모의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는 미니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각 세대와 지하주차장의 형광등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는 등 에너지 생산과 효율화를 통해 공용 전기 사용량을 45%나 절감했다. 이렇게 아낀 돈으로 경비원 임금을 인상하고 고용을 보장했고, 경비실 외벽에 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활용한 냉방시설을 설치했다.

동작구 신대방현대아파트는 에너지 절감으로 생긴 수익으로 홀몸어르신에게 도시락과 반찬을 만들어 나누고 있다. 또한 스마트미터기 및 스마트폰 앱을 보급하는 등 도심형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했으며 에너지축제, 에너지절약왕 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상훈 서울시 환경정책과장은 “서울시는 에너지 자립마을과 같은 시민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정책들을 더욱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에너지시민’들을 통해 서울은 더욱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전환도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