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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한번에 경찰, 병원, 금융 시스템 와르르… 부끄러운 IT강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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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7 07:00:00 수정 : 2018-11-26 21: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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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KT 아현지사 화재 후폭풍
지난 24일 지인을 만나려고 서울 홍대입구역을 찾은 직장인 손모(26)씨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손씨는 “상대방도 전화가 안돼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며 “약속 장소를 배회한 끝에 겨우 만났는데 카드 결제가 되는 가게도 거의 없어 당황스러웠다. 홍대입구에 모인 수많은 사람이 우리처럼 다 우왕좌왕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고작 건물 하나 화재라고 생각했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통신에) 의존하고 있는지 몰랐다”며 “까딱 잘못하면 (사회가) 한 번에 무너지겠구나 싶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24일 서울 충정로에 있는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일대에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으면서 ‘IT강국’ ‘초연결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 병원도 속수무책...구멍뚫린 치안 시스템

국가 치안 시스템도 허술함을 드러냈다. 불길은 화재 진압 10시간 만에 잡혔지만, 사고 사흘째인 26일까지도 인근 지역 경찰 경비전화, 일반전화, 112 통신시스템 등이 완벽히 복구되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경찰청처럼 예비 통신망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KT가 먹통이 되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결국 마포서-용산서-서대문서는 직원들을 서울지방경찰청 상황실로 파견해 관할구역에 들어온 신고를 각 경찰서에 무전통신으로 직접 전달해야 했다.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스마트폰도 이날 오후까지 작동하지 않았다. KT가 운영하는 민간 보안 업체인 ‘텔레캅’도 힘을 잃었다.

의료계도 비상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비롯해 KT 통신망을 쓰는 병원-약국들도 진료 및 치료에 난항을 겪었다. 세브란스 병원은 의사-간호사들 간 무선 원내 전화기를 쓰지 못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고 전해진다.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을 붙여놓은 한 카페. 김건호 기자
◆자영업자 “80%까지 손해... 손님들 다 돌아가

자영업자를 비롯해 경제적인 피해도 막대했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한 시민 A씨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불이 났던 당시) 한창 영업하고 있었다”며 “앞 건물에 계신 분이 저희 가게로 오셔서 혹시 인터넷이 되냐고 여쭤보시더라. 그래서 저희도 음악이 안 나오고 해서 확인해 보니까 인터넷이 안 잡히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 업주분들도) 굉장히 당황했는데 고객분들께 양해를 구해서 (음식값) 이체 요구를 하셨는데 KT를 사용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아예 이체 자체도 안 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시더라”며 “(손님이) ATM 기기에 돈을 찾으러 갔지만 ATM 기기 자체도 먹통이 돼서 굉장히 어려웠다고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A씨는 “(현금 결제만 받는다고 하니 돌아가는 손님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저희 같은 경우도 한 반 정도 이상 매출이 안 났고. 일반 음식점 같은 경우는 거의 80% 가까이 안 됐다고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저희 주변에 중식당 사장님들도 오시는데 거의 한숨을 크게 쉬시면서 그러시더라. 예약 전화도 못 받고 주문 전화도 못 받고 확인도 할 수 없고 하니까 굉장히 답답했다고”라고 덧붙였다.
◆통신 전문가 “스마트폰 시대 됐는데 제도는 옛날식...재난 일어날 수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됐는데도 관련 제도는 옛날식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보통신전문가인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가 큰 (통신장애) 사고를 두 번 겪었다. 94년인가에 종로구에 한 번 났었고, 2000년에 여의도에 한 번 났지 않은가?”라며 “그런데 스마트폰이 2006년에 들어왔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형태, 다른 패러다임의 통신이 되었는데 지금 (통신사나 관계기관의) 현재 방식은 옛날 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거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그때 소방법이나 이런 관련된 것들이 세팅됐기 때문에 그 이후에 그걸 갖다 어떻게 업데이트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명확하게 확인은 안 됐다”며 “지금 내용으로 보면 제대로 안 됐다는 게 현상적으로 드러난 것”이라 지적했다.

강 위원은 서울 혜화, 구로 등 국가거점기지국에 화재가 발생하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당시 화재 현장에는 소화기가 1대뿐이었으며 스프링클러, 포말 가루 등도 없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에) 근무자가 2명이 있었다는 점, 또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런 부분들이 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다만) 소방법으로 보자면 소화기만 있어도 될 수 있는 법 규정이기 때문에 소방법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 전기통신시설이 500m 이상 돼야지 연소 방지 설비라든지 자동 화재 탐지 설비라든지 이런 것들이 적용된다. KT는 150m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테러학회 회장 “현사태 일회성으로 보면 위험”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인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은 26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통신망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는 IT 강국이 되었지 않은가.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테러에 성공하게 되면 사회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마련할 수 있다”며 “우리가 지나치게 위험을 확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또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1%의 가능성에도 조금 더 엄중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저는 이번 사건을 안보적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해봤다.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인데. 만일 위해세력이 도처에서 동시다발로 또 전국적으로 국가기간시설 공격에 성공한다면 국가의 혼란도 굉장하고, 또 진상규명도 쉽게 이뤄지지 않게 된다”며 “일회성으로 보지 말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살피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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