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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여친 인증' 논란…'성진국' 日 닮아가는 韓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8-11-27 06:00:00 수정 : 2018-11-26 21: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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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이 다수 공유돼 파문이 확산하자 이달 22일 경찰은 일베 서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19일 이른바 '여친 인증'이라는 제목으로 공유된 게시물은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거나 성관계 장면을 캡처해 올려 논란이 일었다.

'여친 인증' 사건은 정부가 불법 촬영물에 대한 엄중 단속을 공언한 뒤 벌어진 일이라 수사 진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며 “불법 촬영물인 것이 드러날 경우 작성자가 1차 책임을 지고, 일베 운영자가 이를 방치했다는 등의 증거가 있으면 이에 대해서도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경찰의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일베 게시글 대부분이 삭제됐지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확산돼 2차 가해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불법 촬영물 공유에 대한 반성 없이 "신원이 불분명한 사진은 고소할 수 없다"면서 법망을 피하는 ‘특급 비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이 불법 촬영물을 일베에 게시할 수 있던 이유에는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일베 회원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불법 촬영은 친고죄가 아니며, 당사자가 모르고 신고하지 않아도 수사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음란물유포죄도 친고죄가 아니라 당사자의 신원을 특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베 "신원 불분명한 사진 고소 불가"…경찰 "불법촬영물 당사자 신고없어도 수사 가능"

이런 가운데 일베 운영자의 정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베에는 세월호 희생자 비하, 노무현 비하 등 비난 가능성이 큰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면서 숱한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그렇다 보니 가장 많이 제기된 의혹은 보수정권 시절 국정원 등과의 관련 설이었다. 2013년에는 국정원이 일베에 대해 동향 파악을 해왔다는 증거가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일베에는 원세훈 전 원장 명의의 국정원 표창장 인증 게시글, 국정원 안보 특강 초청 인증 게시글 등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 출신 인사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일베 게시물을 보고하고 확산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상이 된 게시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하거나 당시 야당을 향한 비난 등이 주 내용이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5일 "당연히 운영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며 "국정원 등 정치권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일베 논란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베 폐쇄 관련 청원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 3월 청와대는 일베 폐쇄 국민청원에 대해 “일베의 불법정보 게시글 비중 등이 사이트 폐쇄기준에 이르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개별 게시글이 아니라 웹사이트 전체를 불법정보로 보고 폐쇄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고, 웹사이트 전체 게시글 중 불법 정보 비중과 해당 웹사이트의 제작 의도 등이 사이트 폐쇄기준이 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일반 사이트 폐쇄 기준은 전체 또는 70% 이상 게시글이 문제가 될 경우 이용해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일베 운영자 도대체 누구길래?

최근 몰래카메라(몰카) 등 성(性)과 관련한 불법 촬영물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제대로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성범죄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가해자는 벌금형·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도 있어 전문가들은 관련 법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의) 올해 1~7월 디지털 성범죄 정보 심의 건수는 7648건에 달했다. 현재 추세로는 연말까지 1만 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접속차단 7461건, 삭제 106건 등 모두 7567건에 대해 조치가 이뤄졌다. 방심위는 사용자 신고 등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접수되면 해외사이트는 접속차단, 국내 사이트는 삭제 등 조치를 하고 있다.

가해자가 강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5년간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인원은 7446명에 달했지만,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8.7%(647명)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책의 운영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온라인상 불법 촬영물 등의 삭제와 차단은 방심위에서 전담하고 있지만, 민원이 제기되고 심의가 이루어진 후 제재를 내리는 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방심위가 올해 심의 기간을 평균 10.8일에서 2~3일로 단축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도입했지만, 인터넷 특성상 불법 촬영물이 매우 짧은 시간에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기간도 피해 노출을 최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번 유포된 영상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처럼 다시 살아난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사람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로드되어 모니터링과 삭제 작업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영상이 올라가면 삭제가 어려워 사이트 차단이 이루어지는데, 우회 프로그램으로 접속이 가능해 일반인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

◆디지털 성범죄 급증, 가해자 처벌 미약…현행법 개정 필요

이처럼 피해는 크지만 가해자 처벌은 미약한 편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의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렵고, 법적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제3자가 유포한 경우에는 가해자를 잡는 게 더 힘들어진다. '리벤지포르노(보복성 음란물)'의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어 수사가 가능하지만, 제3자가 피해 촬영물을 유출한 경우 설령 잡아내도 '불법 촬영물인 줄 몰랐다'고 발뺌하면 강한 처벌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현행법상 가해자를 잡아도 처벌이 애매한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아 성적 촬영물 유포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고, 기술발달로 인해 유포행위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이를 모두 규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디지털 성폭력의 특성상 최초 촬영자 외에도 누구든지 언제든지 소지하고 있던 파일을 다시 유포할 수 있다"며 "가해자가 유포 후 다시 재유포하는 것은 유포와 별도로 그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피해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민관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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