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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신라의 길, 고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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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6 21:59:01 수정 : 2018-11-26 21: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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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경고하는 장성들 / 국방개혁으로 안보 방벽 낮추고 / 軍에 ‘불신 고깔모자’나 씌우면 / 몽골에 초토화된 고려 짝 난다 663년 여름, 백강에서는 큰 싸움이 벌어졌다. 백제 부흥군을 도우러 온 왜의 군선들. 400척이 넘었다. 삼국사기의 기록, “400여척이 불타니, 연기와 불꽃은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 이를 계기로 백제 부흥전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5년 뒤에는 고구려 평양성도 함락됐다.

그것이 끝이었을까. 신라마저 넘본 당(唐). 고구려 멸망 3년 뒤인 신라 문무왕 11년, 671년 9월 당 고간의 4만 군사는 대방을 공격했다. 신라는 맞서 싸웠다. 그해 10월 초 당 운송선 70여척을 수장시킨다. 대당 전쟁의 막을 올린 싸움이다. 고성·한시·마읍·국원·소문성…. 전장 아닌 곳이 없었다. ‘군신’과 같은 존재 김유신이 숨진 뒤 675년 정월 신라는 칠중성에서 대패했다. 칠중성은 지금의 적성에 있다. 그해 9월 남하한 당의 20만 군대. 양주 매초성에서 또 대전투가 벌어졌다. 목숨을 건 신라군의 항전, 노획한 군마는 3만380필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후 아달·칠중·적목·석현성에서, 기벌포에서 족족 당군을 물리쳤다.
강호원 논설위원

신라의 대당 항쟁. 고구려의 안시성 싸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 제국에 치욕을 안긴 작은 신라. ‘꺾이지 않는 역사’는 시작된다.

당은 왜 작은 신라를 꺾지 못했을까. 소정방이 당 고종에게 한 말에 답이 있다. “신라는 임금이 어질고 백성을 사랑하며, 신하는 충성으로 나라를 섬기고 아랫사람은 윗사람 섬기기를 부형과 같이 하니, 작지만 도모할 수 없었다.” 신·구당서, 삼국사기에 나오는 말이다.

다른 역사도 있다. 몽골군에 초토화된 고려. 왜 그 지경에 이르렀을까. “임금이 어질고, 신하는 충성으로 섬기고….” 그런 풍조는 없다. ‘무신을 멸시한’ 고려 귀족들. 무신의 난을 불렀다. 피바다로 변한 개경 만월대. 불신과 갈등은 역병처럼 번졌으니, 누가 누구의 충성을 바라겠는가. 고려의 ‘백년 고통’은 그로부터 비롯된다.

지금은 어떨까. 군을 내란음모집단쯤으로 치부한 계엄문건 사건. 대통령은 해외에서 특별수사를 지시하고, 여당은 “친위 쿠데타 음모”라고 소리쳤다. 청와대는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직접 공개했다. 알고 보니 정부의 ‘온나라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었다. 관련자라면 누구나 존재 사실을 알 수 있는 문서다. 105일에 걸친 특별수사. 90곳을 압수수색하고, 204명을 조사했다.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탈탈 터는 조사를 했다면 꼬리라도 드러나야 하는 것 아닐까. 장교 3명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을 뿐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선 직후 한 예비역 장성의 말, “문재인 캠프에는 아무도 가지 않았다.” 예비역 장성을 두고 한 말이다. 물론 아무도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지 않은’ 이유는 속속 확인되고 있다.

‘국방개혁 2.0’. 병력을 줄이고, 복무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 공격에 대응해 평양 군사시설을 파괴할 화력여단을 만들고,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는 계획은 빠졌다. 아직 열리지도 않은 남북평화시대를 외치면서 안보 방벽을 허물겠다는 것일까. 개혁? 이름이 그럴싸하다.

비판은 봇물을 이룬다.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대토론회’. 예비역 장성 400여명이 참석하기로 한 토론회다. 1500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국방개혁에는 ‘통북·탈미’ 기조가 반영되어 있다.” “우리 안보는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에 직면해 있다.” “군사합의 대로라면 예산을 확보해도 북한과 협의해야 전력을 증강할 수 있다.” “백전백패한다.” 평생 나라 지키는 일을 해온 전문가들이 쏟아낸 말이다.

비판은 왜 쏟아지는 걸까. 우리만 안보 방벽을 허물고 있는 탓이다. 북한은 한번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중국과 일본도 똑같다. 왜 그런 정책을 밀어붙이는 걸까. 아마추어이기 때문일까, 생각이 그렇기 때문일까. 문재인 캠프에 가지 않은 예비역 장성들. 이런 미래를 내다본 걸까.

궁금한 것은 우리의 미래다. ‘신라의 길’을 걸을까, ‘고려의 길’을 걸을까. 전자는 아닌 것 같다. 왜? 군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방벽을 낮추고 있지 않은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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