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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가성비'…이제 프리미엄 '나심비'가 대세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8-11-25 06:00:00 수정 : 2018-11-24 11: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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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시장이 유통업계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구매빈도가 높고 소비패턴 변화가 적어 충성고객 확보에도 효과 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인데요. 가공식품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부 소비자들의 먹거리 수요를 대체할 수 있어 온라인몰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가세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 온라인쇼핑몰이 고객이 산 신선식품이 맛이 없다고 하면 100% 교환 및 환불해주는 제도를 지난 9월5일부터 도입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시적인 이벤트로 이같은 제도를 시행한 곳은 있지만, 상시적으로 100% 환불을 보장하는 것은 이커머스업계 최초입니다.

과거 신선신품은 백화점이나 마트 등 오프라인 위주로 판매되었으나, 이제 온라인몰에서도 신선식품 구매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 신선식품의 온라인 구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커머스 채널도 콜드체인(저온유통) 시스템을 갖추면서 가격·품질·배송 수준이 향상되고, 그만큼 젊은층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바쁜 직장인을 위한 서비스가 늘어나며 점점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티몬 슈퍼마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4배 수준입니다. 구매 연령대는 30대가 42%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40대 이상 중장년층도 35%로 모바일 신선식품 구매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러자 식선식품 전통강자인 마트도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신선식품 품질 강화를 위한 ‘신선의 정석’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든 신선식품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고객이 품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교환·환불해주는 신선 품질 혁신 제도를 운영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날 오전 문 앞으로 신선식품을 배송해주는 새벽배송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마켓컬리가 지난 2015년 개척한 분야입니다. 마켓컬리는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앞세웠습니다. 대형유통업체가 점령하고 있는 식품시장에서 마켓컬리는 식품 새벽배송이라는 틈새를 파고들었고, 그 결과 2015년 2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465억원까지 약 16배 성장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신선식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서는 냉장·냉동 물류, 배송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재고를 폐기해야 하는 등 공산품에 비해 관리가 까다롭다며 소비자 기호와 업계 트렌드를 잘 알고 대비한 업체만 생존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소비자들이 건강과 삶의 질을 중요시하면서 고품질의 신선식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 ‘2018년 국내 신선식품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신선식품 연간 구매액은 2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2% 성장했다.

보고서에서 신선식품 구매 소비자의 76%는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한다고 응답했다. 실제 한 온라인쇼핑몰의 지난 5월 기준 신선식품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5%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70%는 신선식품 구입 시 소용량 상품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이는 1인가구 비중이 높아지는 등 가족형태의 변화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65%는 신선식품 가운데 제철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선식품을 주로 구매하는 구성원의 주된 구매채널은 대형마트와 수퍼마켓이었다. 5060대는 재래시장과 집 근처 신선식품 전문 매장에서의 구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대는 온라인 구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연령별로 선호하는 구매 채널이 다르게 나타났다. 3040대가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와 체인슈퍼의 신선식품 판매 데이터를 중심으로 신선식품 카테고리별 소비를 분석한 결과(3월 기준), 농산물 카테고리에서 손질 채소와 절임 채소 등 ‘편의 채소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42.0% 뛴 것으로 집계됐다. 계절과일 모음과 조각 과일 등 바로 취식할 수 있는 과일 매출도 34.0%, 10.8% 각각 늘었다.

수산과 축산 카테고리 내에서는 냉동수산(76.3%)과 생선회(38.5%), 수입육(26.3%), 문어 등 연체류(24.8%), 조개류(23.2%) 등 제품군 매출이 크게 늘어 신선식품군 내에서 다양해지는 소비자 취향을 반영했다. 특히 수산의 경우 보관·포장 기술 등이 개선되면서 온라인몰 성장세가 가파른 가운데 고가 수산물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다.

◆프리미엄 신선식품 앞세워 장바구니 공략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경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선식품 공급에 제약이 따랐던 온라인 업체들이 생산 및 유통 서비스의 차별화 요소를 갖추고, 상품 경쟁력 있는 품목을 개발하는 등 적극 가세하며 프리미엄 신선식품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온라인을 통한 프리미엄 먹거리 시장 확장이 눈에 띈다. 신선식품은 재구매율이 높아 대표적인 잠재시장으로 꼽혀왔으나 배송 이슈 등을 이유로 그간 온라인 채널이 접근하기 어려운 품목으로 간주되어 온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에는 배송 서비스나 포장 기술이 발달한데다, 먹거리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두드러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쇼핑사이트 G9(지구)는 지난해 자체 식품 코너 ‘신선지구’를 론칭하며, 차별화 포인트로 프리미엄을 내세웠다. 검증된 국가 기관에서 상급 인증을 받은 상품 및 유기농, 친환경 인증, 이력제 등록상품만을 엄선해 취급하고, 신선도 확보를 위한 배송지연 보상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전 상품을 당일 배송(오후 1시 이전 주문 시) 원칙으로 판매하고, 배송 약속일 이후 2일부터는 지연 일수에 따라 보상 캐시백(최대 1만 캐시)까지 적립해준다.

이같은 서비스는 실제 고객 구매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선지구 오픈 후 G9 내 1인당 식품 구매 객단가는 1년 만에 무려 78%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고객 1명이 식품 구입 시 평균 10만원을 지출했다면 올해는 17만8000원을 지불했다는 의미다. 가격이 아닌 제품의 질을 강조하는 전략이 모객과 내실 강화에 기여한 것이다.

◆온라인에서 물 만난 프리미엄 먹거리

유의미한 점은 또 있다. 신선식품 중에서도 수산물의 성장세가 유독 가파르기 때문이다.

G9에서는 올 상반기까지 판매된 수산물의 평균 구매 객단가가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최대 4배 이상(322%) 급증하며 신선식품 품목 가운데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신선도가 생명인 수산물은 그간 채소나 과일 등 여타 품목보다도 온라인 구매의 심리적 장벽이 높은 것으로 여겨져 왔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주목할만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낙지와 오징어 등의 해산물 구매 객단가는 작년 대비 4배 이상(322%) 늘었다. 이밖에도 연어, 횟감생선 등의 생선류 객단가가 161%, 조개류가 144% 증가하는 등 두루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변질의 우려가 있는 수산물의 경우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품질을 믿을 수 있고 확실한 서비스가 보장된 상품을 구매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경진 G9 마트리빙팀 팀장은 "그동안 온라인을 통한 식품 구매를 주저했던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신뢰성 부족이나 배송 중 품질 손상에 있어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왔다는 것을 고려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려고 했다"며 "최근 다양한 이유로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고품질의 식재료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데, 실제 충성 고객 확보와 거래 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G마켓과 옥션도 신선식품 전문관인 ‘GFresh’와 '파머스토리'를 각각 오픈하고, 식품 카테고리 전문 매니저(CM)이 직접 검수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해 판매하고 있다. 생산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직접 산지와 상품에 대해 소개하는 '생산자 실명제'를 도입해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상품 경쟁력=브랜드 경쟁력' 프리미엄만이 살길이다

일반 식품업체들도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품질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원산업 ‘동원 에어익스프레스 훈제연어’는 냉동 및 해동을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신선한 100% 生훈제연어 제품으로, 최근 고품질의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제품은 냉장연어를 노르웨이부터 항공직송으로 들여와 부산 연어가공공장에서 곧장 훈연한 뒤, 냉장상태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해 프리미엄 신선식품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노르웨이의 슈페리어 등급의 생연어가 노르웨이에서부터 어획, 1차 가공 및 항공운송, 수입통관 되는 모든 과정이 2~3일의 짧은 기간 동안 신속하게 이뤄져 가장 신선한 상태로 가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훈연과정 역시 26℃ 내외로 약 6시간 동안 훈연하는 유럽 정통 콜드스모크 방식을 사용했으며, 별도의 첨가물 없이 국내산 참나무와 소금만으로 건강하게 만들었다.

수입 식품도 프리미엄 상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엑셀비프(Excel®)’는 미국 최초 ‘지육 스캔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과학적인 공정을 통해 탄생한 북미산 프리미엄 소고기 브랜드다. 사육 환경부터 제품 패키지까지 7단계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소고기로 알려지면서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신뢰를 얻고 있다.

올해 5월 미국 PIERS 리포트 기준, 국내 미국산 소고기 시장의 37%를 차지하는 등 국내에서 브랜드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대중적인 신선식품 달걀도 빼놓을 수 없다. 유한양행의 프리미엄 건강식품 브랜드 ‘뉴오리진’이 대한민국 1% 동물복지 자유방목 인증 달걀인 ‘산림방목 태초란’을 출시했다. 태초란은 국내 최대 규모(10만평) 경상남도 합천군 소룡산 자락에서 국내 최초 동물복지 자유방목 인증 농가의 노하우로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산란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1m²당 5마리 이하의 사육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닭 본래의 야생성을 지키기 위해 계사 내에 횃대를 설치해야 한다. 또 자유롭게 모래 샤워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 밖에 140가지가 넘는 세부 인증 기준을 만족해야만 한다.

뉴오리진 태초란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까다로운 140가지 동물복지 세부 인증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물론 유한양행만의 독자적인 10가지 검증 시스템을 거친다. 닭이 뛰어 놀고 먹는 흙에 살충제와 농약은 없는지와 항생제 없는 사료를 먹고 자라는지 등 자라나는 토양부터 먹이까지 깐깐한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프리미엄 차(茶) 제품도 눈길을 끈다. 동서식품은 가을을 맞아 프리미엄 홍차 브랜드 타라(Tarra)의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한 신제품은 ‘타라 클래식 다즐링’, ‘타라 클래식 망고 피치향’, ‘타라 클래식 녹차’ 등 총 3가지다.

‘타라 클래식 다즐링’은 고산지대에서 자란 여린 찻잎의 상큼한 맛과 촉촉한 풀향을 느낄 수 있으며, ‘타라 클래식 망고 피치향’은 고급 홍차에 싱그러운 천연 망고향과 복숭아향을 블렌딩한 제품으로 밀크티나 아이스티로 즐기기에도 좋다. ‘타라 클래식 녹차’는 어린 찻잎을 원적외선 로스터로 덖어 은은한 감칠맛과 부드러운 녹차향이 특징이다.

주류업계에도 '나심비'(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소비 심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일본 프리미엄 맥주 ‘에비스(YEBISU)’는 한 잔을 마시더라도 만족감이 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나심비를 충족시키고 있다. ‘에비스’ 맥주는 맥아와 홉·물 이외의 부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엄선한 독일 바이에른 아로마홉을 사용해 장기간에 걸쳐 숙성한다. 발효 과정에서는 에비스만의 특별한 효모를 사용하고, 일반적인 맥주의 숙성 기간보다 1.5배 긴 숙성 시간을 들여 원료의 깊은 맛을 최대로 끌어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은 맥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이 12년산 퓨어몰트 저도주 '스무스12(사진)'를 선보였다. 스무스12는 12년산 퓨어몰트 원액만으로 만든 알코올 도수 35도의 저도주 위스키다. 신제품은 ‘스카치 위스키의 메카’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 내 글렌키스 증류소에서 태어났다. 달콤한 꽃향기와 은은한 오크향이 깊은 바닐라 향과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고 편안한 목넘김을 선사한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고급 저도주를 원하는 소비자는 물론 몰트위스키 애호가의 취향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확행 등 자신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품질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관련 업계에서도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따라 프리미엄을 강조한 마케팅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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