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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모두 어려웠던 시간 … 꼭 만들어지길 바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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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2 21:09:36 수정 : 2018-11-22 21: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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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주연 맡은 배우 김혜수
“너무 하고 싶단 생각보다 ‘이 영화가 반드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잘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쉽게 결정할 수 없었지만 마음이 가서 선택하게 됐죠. 연기가 부족해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을 했지만 정말 많이 준비한 편에 속하는 작품이었어요.”

오는 28일 개봉 예정인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배우 김혜수가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책임감을 느꼈던 작품이다. 국민 대다수가 시련을 겪었고, 한국 사회를 완전히 바꿔 놓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김혜수는 이번 영화에서 똑소리 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연기했다. “오랜 기간 연기를 해왔지만 이 정도 인텔리를 연기한 건 처음”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고의 경제 호황기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1997년, 한시현은 경제 위기 상황을 예견하고 보고서를 올린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단 1주일.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으로 이뤄진 비상대책팀이 꾸려진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 스틸컷.
“제가 경제에 조금 약하거든요. 제작진에게 요청해 특별 강의를 들었습니다. 단지 대사만 잘 숙지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어려운 경제용어를 어색함 없이 일상적으로 구사하는 경제전문가 역할이니까요. 경제용어가 마치 다른 언어처럼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특강이 큰 도움이 됐죠.”

한시현은 팀원들에게 무한 신뢰를 받는 리더이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윗분’들과 대립하면서도 물러서거나 소신을 꺾지 않는다. 배우 김혜수의 장점과 기존 이미지가 극대화한 캐릭터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투사나 여성이어서 조금 더 특별하게 보이는 인물로는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마땅히 책무를 다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실제 그 당시 한국은행 실무자 중 여성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아마 없었을 거라고 하더군요. 지금과는 다르게 훨씬 남성 중심적 사회였고 금융권은 특히나 보수적이었으니까요.”

비상대책팀 멤버들은 서로 지향점이 달랐다. 최악의 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에게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시현과, 혼란을 막기 위해 비공개를 주장하는 재정부 차관은 만날 때마다 충돌한다. 그가 한시현을 대하는 고압적 태도는 시종 분노를 부른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의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연기한 김혜수는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은 시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갖고 부족함 없이 준비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너는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제 대사는 애드리브였어요. ‘이런 건방이 있느냐’는 차관의 대사도요. 조우진씨가 저력 있는 배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매번 감탄했습니다. 정말 좋은 에너지와 긴장감을 갖고 있고, 자기 연기뿐 아니라 상대 연기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기운을 갖고 있어요. 그 덕에 한시현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역시 IMF 측과의 밀실 협상 신이다. 경제용어만큼이나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해 김혜수는 전담 영어교사를 두고 오랜 기간 연습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배우 뱅상 카셀이 IMF 총재로 특별 출연해 극에 긴장감과 완성도를 더했다.

“관객 입장에서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마냥 신기했어요.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멋져서 놀랐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죠. 아무리 연기 잘하는 외국 배우라도 한국 영화에서 보면 어색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게 거의 없더군요. 갖춰진 배우는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특별출연의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그 사건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바꿔 놓았는지 보여준다. 서민들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권력자들은 무엇을 위해 선택하고 결정하는지,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지금은 우리는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주제가 무겁고 결론이 정해진 만큼 ‘재미’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보이지만, 모두가 어려웠던 IMF 시기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가진 관객이라면 영화가 주는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을 것이다.

“어떤 영화를 보고 ‘주인공이 멋있더라, 그 옷이 예쁘더라, 그 음식 맛있겠더라’가 아니라, 나의 경험과 생각,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영화라는 면에서 ‘국가부도의 날’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를 생각해보게 하잖아요. 많은 분이 보시고 유의미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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