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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예방 '공염불'…예산 편성권 없는 복지부 [뉴스+]

입력 : 2018-11-19 19:53:17 수정 : 2018-11-19 19: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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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예방의 날’/ 복권위·법무부 범죄피해자보호 등 / 아동학대 예산 타부처 기금 의존 / 그마저 기금 여유 따라 들쑥날쑥 / “비극적 사건 반복되는 것 막아야”
“정부의 의지는 ‘말’이 아니라 ‘예산’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국민을 위해 그럴듯한 계획을 내놓아도 관련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바람직한 아동 양육법을 알리기 위해 전국 순회 강연을 개최하는 등 학대 예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갑이 얇아 제대로 쓸 돈이 별로 없다. 학대피해 아동을 조기발견하거나 뒤늦게 지원하는 예산만 있을 뿐이다. 복지부는 예방사업을 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타 부처 기금이 아닌 소관부처 예산(일반회계)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권한을 쥔 기획재정부는 수년째 “어림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 일부로 편성된다. 매년 다르게 걷히는 벌금과 수납금 등 기금 재원에 의존하다 보니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어렵고 소관부처 의지만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각 부처가 직접 예산을 편성하는 일반회계는 세수를 기반으로 해 소관 부처의 의지를 담을 수 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경우 학대피해 아동에게 2015년 195억4200만원을 편성했지만 2016년에 156억2800만원으로 급감했다가 2017년 182억9700만원, 2018년 193억200만원으로 소폭 늘었다. 학대피해 아동이 늘어도 벌금 등이 더 걷히지 않는 한 기금 사업 예산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원래 기금의 성격상 이미 피해를 당한 아동에게 집중해야 한다. 보호기금과 복권기금은 각각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과 ‘학대피해아동쉼터 설치 및 운영’을 목적으로 소관부처에 기금을 편성한다. 아직 피해를 당하지 않은 일반 아동은 기금 사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걷은 돈을 일반인에게 사용한다면 기금 조성 목적에 위배돼 이 역시 문제가 된다. 아동학대를 제대로 예방하는 게 언감생심이라고 불릴 정도다.

서울대 이봉주 교수(사회복지학)는 “현재의 예산과 시스템으로는 비극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지경이 된 건 노무현정부 당시 지방자치의 일환으로 관련 사업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넘겨지면서다. 이후 지방비 위주로 아동 사업이 추진돼 전국적으로 담당 인력과 예산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아동 관련 사업은 선거의 표심을 움직이는 힘이 약해 단체장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노인에 대해서는 사업별로 담당 공무원을 따로 둘 만큼 각 지자체가 신경을 쓰지만 아동은 여성,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과 한데 묶어 1∼2명에게 맡기고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복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잇단 아동 학대 사건이 사회문제화하면서 아동학대 관련 사업은 2015년에 다시 국가사업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기금 사업으로 쪼그라들어 운신의 폭이 좁다.

한 부처 관계자는 “국정과제로 주목받거나 여론의 힘이 실리지 않는 한 기재부에서는 신규 사업에 예산을 잘 주지 않으려 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아동은 사회적인 목소리가 없고 이들을 대변해주는 부모가 없어 언제나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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