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아, 멀다고 하면 안되겠구나"…명불허전 금강산

입력 : 2018-11-19 21:07:59 수정 : 2018-11-19 21:07: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박2일 현지 취재기 / 금강산 관광 재개 바라는 北측… 남측 인사들에 후한 대접 / 축하공연 이어 연회까지 마련 /“관광 재개 우리끼리 해결” 열변 / 기자 이름 부르며 넉살좋게 접근 / 미세먼지 화제로 대화 유도도 / 10년간 관리 안된 금강산 호텔 / 너무 낡아 사실상 기능 상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처럼 북한은 멀다고 하면 안 될 만큼 가까웠고 금강산은 천하제일의 명산이라는 소문 그대로였다.

18일부터 19일까지 1박2일간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시작 20돐 기념 북남공동행사’ 취재를 위해 찾은 북한은 코앞에 있다고 해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첫날 오전 10시21분 남북출입국사무소를 떠나 비무장지대(DMZ)박물관과 통일전망대를 지나 전선의 최전방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북한으로 향했다.

18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시작 20돐 기념 북남공동행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 왼쪽부터)과 김영현 현대그룹 전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금강산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금강산=정필재 기자
남과 북을 나누는 50㎝ 높이의 콘크리트 말뚝을 지나자 빨간 인공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의 통행검사소에서 같은 언어로 수속절차를 밟았다. 남과 북이 한민족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금속탐지기는 옆에 있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대신 북측 세관원이 가방을 일일이 손으로 만지며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북한 땅을 밟은 시간은 오전 11시3분이다. 남북의 거리는 버스로 40분에 불과했다.

북측 인사가 취재진을 맞이했다. 북측 인사는 기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넉살 좋게 접근했고, 미세먼지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유도했다. 

금강산호텔은 관광특구에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낙후됐다. 방문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 삐걱거렸고 바닥 카펫도 군데군데 찢어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관광이 끊긴 지 10년 동안 관리가 안 된 탓”이라며 “모든 것이 낡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북한이 더 간절하게 바라는 분위기다. 북한은 축하공연과 함께 축하 영상을 직접 제작해 손님을 반겼고 연회 자리도 마련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리택건 조선아시아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기념식수를 마치고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현 회장은 “열려라, 열어라, 열린다를 외칠 때마다 금강산이라고 소리쳐 달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만찬장에서 만난 이학송 조선중앙통신 문화부 기자는 “우리 민족의 문제를 우리끼리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준비가 끝났고, 남측도 그런 거로 아는데 왜 금강산관광이 막혀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금강산은 명성 그대로였다. 계곡 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파랗고 공기도 맑았다. 북한은 금강산 봉우리마다 이름을 붙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줬다. ‘처벌받은 토끼바위’는 ‘달에서 금강산을 내려다본 토끼가 산이 너무 아름다워 내려왔다가 올라가지 않고 머물러 있다가 이를 본 옥황상제가 거북이 등껍질을 씌워 벌을 줬다’는 식이다.

현대그룹과 북한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전망이다. 현 회장은 “우선 미국 제재가 풀려야 한다”며 “금강산관광 재개에 성공해야겠다는 사명감만 갖고 살아 가겠다”고 말했다.

금강산=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