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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지점·통장…노인을 위한 디지털 금융은 없다 [심층기획]

입력 : 2018-11-19 20:57:42 수정 : 2018-11-19 20: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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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모바일뱅킹 이용률 5.5%… 2030과 13배 차이 / 인터넷뱅킹 이용도 52.9% 그쳐/구매절차 복잡·안전장치 불신 등 이유/70대 이상 76.9% 물건 살 때 현금 써/은행 지점 방문 계좌이체 등 수수료도/모바일 이용 비해 최대 8배나 더 부담/노인 스마트폰 잘 안쓰고 교육도 부족/금융콘텐츠 활용 실질 교육 확대 필요
칠순의 김모(여)씨는 매달 공과금을 내러 은행 영업점을 방문한다. 그녀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사용하지 않는다. “못 믿겠다”는 것이 이유다. 급하게 돈을 보낼 일이 생기면 아들에게 부탁한다. 공인인증서 발급이나 보안카드(OTP)를 통한 보안문자 입력이 필요할 때도 “어렵다”며 제쳐뒀다. 모바일 앱이 등장하고, 간편번호 로그인 등이 도입되면서 모바일뱅킹이 한결 편리해졌지만 김씨는 “돈을 잘못 보낼까 걱정되고, 사용법도 금방 잊어버린다”면서 주저하고 있다. 금융 관행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령층은 디지털 금융이 가져다준 편익을 누리지 못한 채 수수료 등 부담만 떠안고 있다.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금융의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고령층의 금융 소외 문제는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케이뱅크 직원이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뱅크 제공
◆모바일뱅킹 이용, 20대 70% VS 60대 5%

20∼40대와 60세 이상 금융 소비자들의 디지털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 지급결제보고서를 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5.5%에 불과하다. 20대 74%와 비교하면 무려 13배 차이가 난다. 30대 이용률도 71.8%다.

노년층은 컴퓨터와도 친하지 않다. 지난해 한은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인터넷뱅킹·결제 이용은 52.9%에 그쳤다. 2014년 25.1%, 2015년 31.8%, 2016년 52.9%로 조금씩 늘어났다가 정체 상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7년 조사에서도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60대 19.9%, 70세 이상 6.4%에 그쳤다. 30대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91.4%에 달한다.

노년층은 디지털 금융 정보에도 어두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서 60대의 인터넷전문은행 이용 현황은 7.8%에 불과했다. 20대 29.8%, 30대 31.9%로 나타난 것과 대비된다.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이용도 미흡하다. 노인 대부분은 여전히 물건을 살 때 현금을 선호한다. 연령별 지급수단 선호율을 보면 60대는 51.6%, 70대 이상은 76.9%가 현금을 선택했다. 20∼40대의 현금선호도는 1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년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저조한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올해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장노년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65.2%로 일반국민 평균(88.7%)보다 낮았다. 7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28.5%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을 보유한 노년층도 이런저런 이유로 디지털금융 소비자로 진화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 조사에서 모바일 금융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60대 이상은 △인터넷 사용 미숙 △구매절차 복잡 △개인정보 유출 우려 △안전장치 불신 등을 꼽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서는 장노년층 중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환경설정을 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46.9%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노년층의 디지털 수용 의지가 약한 것도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중 디지털기기 이용 태도에 관한 질문에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한다’는 응답은 4점 만점에 2.48점이었다. 일반 국민 점수(2.82점)보다 낮다. ‘디지털기기를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려 노력한다’, ‘평생 학습자로 생각, 온라인 교육 등 수강한다’ 항목도 장노년층 점수는 각각 2.28점(일반국민 2.71점), 1.92점(2.26점)으로 저조했다.

◆디지털 금융에서 소외된 노년층의 부담 가중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년층이 겪는 금융생활의 불편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권은 영업점을 줄여나가고 있어 노년층의 금융 환경은 더 열악해질 전망이다.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2015년 말 5093개에서 지난 6월 말 4721개로 줄었다. 2년 6개월 만에 372개 은행 점포가 사라진 것이다. 점포거래만 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특히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심지어 노년층은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용자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

단순한 계좌이체 수수료는 모바일이 더 유리하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1000만원을 다른 은행으로 이체할 경우 은행 창구에서는 3000~4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에서는 500원이면 된다. 같은 은행 고객이라도 6∼8배 차이나 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는 아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정기예금·적금 상품은 앱을 통해 가입하면 창구에서 가입할 때보다 금리가 0.1∼0.2%포인트 더 높다. 대출은 창구 판매 상품에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의 경우 세전이자율은 2.25%(1년 만기 기준),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세전 이자율은 2.2%다. 금리가 연 2%를 밑도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보다 높다.

가입 조건이 다른 경우도 있다. 신한은행의 ‘S드림 정기예금’을 보면 최초 신규가입금액이 창구에서는 300만원 이상이지만, 비대면채널 신규는 50만원으로 문턱이 낮다.

손성동 시니어금융연구소장은 “노년층이 날로 확대되는 디지털금융시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사회적 소외에 직면하고 노년층의 소외가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게 되는 역설에 노출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손 소장은 “현재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정보 소외 대책은 금융사기 예방교육과 오프라인 거래 시 도움을 주는 방식에 치중돼 있다”며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금융생활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기기 사용법과 앱에서 제공하는 금융콘텐츠 이해와 같은 활용 중심의 실질적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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