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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마오쩌둥과 로베스피에르,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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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8 21:50:16 수정 : 2018-11-18 21: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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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리 모른 채 즉흥적 판단 탓 / 마오쩌둥 ‘제사해운동’에 대기근 / 로베스피에르 ‘반값우유’도 실패 / 文정부, ‘경제 실험’ 당장 멈춰야 생태계에는 복잡다기한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유기적인 먹이사슬이 균형을 이뤄야 건강한 생태계다. 오래전 일이지만 황소개구리가 토종 개구리, 뱀까지 포식하면서 먹이사슬 파괴 문제가 크게 부각된 적이 있다. 천적이 사라져 먹이사슬이 깨진 생태계는 부작용을 일으키곤 한다. 자연의 원리에 무지한 국가지도자의 즉흥적 판단은 생태계의 부작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참사를 낳는다.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중국 대륙을 붉게 물들인 공산당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의 한 마디가 그랬다. 대약진운동(1958∼1960년) 초기 농촌을 시찰하던 마오는 곡식 낟알을 먹는 참새를 보고는 박멸을 지시했다. 절대권력의 명령에 들쥐, 파리, 모기, 참새 등 네 가지 해충을 제거한다는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의 광풍이 몰아쳤다. 마오는 참새가 사라져 식량 수확이 늘어나면 굶주린 인민들이 배불리 먹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영 딴판이었다. 천적인 참새가 급감하자 메뚜기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병충해도 창궐했다. 희대의 흉작이자 대기근이 시작됐다. 마오는 소련으로부터 참새를 수입해 생태학적 균형을 이루려 했지만 이미 죽어 나간 인민이 부지기수였다. 생태계 유기적 관계도, 시장 원리도 몰랐던 절대권력의 독단이 경제와 국민 삶을 파탄 나게 한 중국 현대사의 대비극이었다.
신동주 국제부 차장

자연계처럼 국민 경제도 가계와 기업, 정부가 어우러져 활동하는 유기적 관계다. 시간을 더 거슬러보면 경제 생태계에 무지몽매한 지도자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사례가 확인된다. 18세기 말 프랑스혁명 때의 일이다. 혁명으로 집권한 급진정당 당수 로베스피에르는 생필품 가격 앙등에 대한 서민층의 불만이 커지자 ‘반값 우유’ 정책을 시행했다. 그는 단순히 가격만 통제하면 된다고 여겼다. ‘적폐’였던 루이 16세를 단두대에서 처형한 후 공포정치를 자행했던 로베스피에르는 정책을 따르지 않는 우유 생산업자를 단두대에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사업할 이유가 없다고 여긴 우유 업자들이 생산을 포기하고 젖소를 도축해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에 로베스피에르는 젖소 사료인 건초값 통제 처방까지 꺼냈다. 그러자 건초업자들도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였다. 건초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같은 반시장적인 규제로 경제 실정을 거듭함에 따라 서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국 로베스피에르는 단두대에서 루이16세와 같은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작금의 한국 경제는 반시장정책으로 유기적 관계가 위협받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무늬만 그럴싸한 대·중소기업 협력이익공유제, 분양원가 공개 등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민간기업의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으로 번화가 식당에서조차 저녁 손님이 눈에 띄게 줄고 종업원 없이 일하는 ‘사장님’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현실임에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정책을 남발하는 정부·여당은 스스로가 ‘정의로운 국가와 지도자’가 돼 ‘불공정한 시장과 나쁜 기업인’을 바로잡을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이란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1년 넘게 ‘경제 실험’을 진행하면서 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자만 늘어가는 이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 다수의 절규에는 아예 귀를 막은 것 같다.

문재인정부는 마오의 과오로 나락으로 떨어진 나라를 개혁개방정책으로 일으킨 덩샤오핑(鄧小平)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에게 고견을 구한 역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1978년 덩샤오핑이 하이에크에게 “인민을 굶주림에서 구할 방도를 가르쳐 달라”고 하자 하이에크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현 정부는 각종 통계지표에서 효과가 부정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경제 실험을 당장 멈추고 복잡계(複雜系)가 지배하는 현실 경제를 챙겨야 한다.

신동주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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