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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향하는 캐러밴 vs 막으려는 트럼프

입력 : 2018-11-19 07:00:00 수정 : 2018-11-18 16: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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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멕시코 국경도시 캐러밴 3000여명 집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중미 출신 이민자(캐러밴)’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지금까지 티후아나 시가 집계한 이민자 수는 약 2750명이다. 멕시코 연방정부는 1만 여명의 캐러밴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으로 향하는 캐러밴 행렬. 멕시코 당국은 약 1만명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뉴시스
이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경에 배치한 군병력을 “필요한 한 계속 잔류할 것”이라고 밝혀 마찰이 예상된다.

◆ 캐러밴 약 2800명 美 국경인접 도시 도착…“수일 내 5000여명 더 도착”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국경과 인접한 멕시코 티후아나 시에 캐러밴 약 2000명이 몰려들었다.

시에는 7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가 있지만 수용한계는 이미 넘어섰다. 시 당국은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시 중심가 스포츠 시설 단지에 있는 야구장을 개방했다.
캐러밴들은 현재 야구장 바닥과 옥외 관람석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텐트조차 없는 이들은 노숙하고 있다. 화장실은 1개당 1000여명이 공유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캐러밴 이동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며칠 안으로 5000여명이 더 도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캐러밴들이 미국으로 몰려든 이유는?

캐러밴이 원하는 건 미국으로의 망명이다.

캐러밴은 세계에서 살인률이 가장 높은 온두라스를 시작으로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 중미 국가출신자다.

이들은 자국서 벌어지는 폭력과 마약범죄,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고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 등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캐러밴 중에는 미국서 살다가 추방돼 가족과의 재결합을 바라는 이들도 섞여 있다.

미 APTN과 인터뷰한 온두라스 출신 마르빈 글로바니(38)는 “고국에서 갱단의 박해를 받았기 때문에 정치적 망명을 원한다”며 “국경을 건너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일하면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캐러밴 옹호했던 멕시코 시민들 감당 어려워 마찰도

수천여명의 캐러밴이 멕시코에 몰려든 후 이들을 도왔던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일부는 이민자와 마찰을 빚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한 달 전 캐러밴이 멕시코에 진입한 뒤 남부와 중부 지역을 지날 때만해도 많은 주민들이 음식과 옷, 신발 등을 기부하며 캐러밴의 미국행을 응원했다.

가톨릭 등 종교단체도 이들 중미 이민자에게 이동식 샤워시설과 화장실, 식기 세척 시설을 제공하고 커피와 도넛을 나눠주는 등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캐러밴은 자국의 어려운 사정을 피해 미국행을 택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티후아나에 2000명 넘는 캐러밴들이 운집하자 상황이 다소 악화하는 분위기다.

지역주민들은 캐러밴을 향해 “당신들이 여기에 있는 게 싫으니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고, 일부는 캐러밴과 몸싸움을 벌어기도 했다.

캐러밴들은 “몇몇 주민들이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며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티후아나는 해마다 크고 작은 무리의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어 일부 주민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시 당국은 끊임없이 몰려드는 캐러밴들을 수용하고 주민 마찰을 줄이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

티후아나시 당국은 멕시코 연방정부에 400만달러의 지원금을 요청했다. 당국은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캐러밴을 수용하기 위해 간이 천막과 이동식 화장실 등을 설치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후안 마누엘 가스텔룸 티후아나 시장은 “최소 6개월간 이어질 이민자들의 대량유입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것은 쓰나미다. 모든 시민 사이에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트럼프 “국경 군 배치 필요하면 계속 잔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운집한 캐러밴과 관련해 17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에 배치한 군병력을 “필요한 한 계속 잔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 현장 방문에 앞서 백악관에 모인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려 하고, 큰 규모의 병력이 남쪽 국경에 배치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남부 3개 주에 최근 군인 약 5900명을 배치했다. 앞서 배치된 주 방위군과 민병대 등을 합하면 전체 병력은 약 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캐러밴을 지원해온 인권단체 ‘국경 없는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함과 좌절감이 커진 이민자들이 대량으로 불법 월경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캐러밴 수용…“긴 시간 걸릴 것”

한편 미 국경검문소 앞에는 매일 수백명이 망명 신청 번호를 받으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미 국경 당국은 하루에 100명 안팎의 망명 신청 절차만을 진행하고 있다.

또 캐러밴 도착 전 이미 3000여명이 미국에 망명 신청을 대기하고 있어서 최근 도착한 이민자들의 경우 망명 신청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미 연방세관국경보호국(CBP)의 피트 플로레스 현장 디텍터는 “공식 관문을 통한 캐러밴의 미국 접근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서류미비자들에게는 우리가 망명절차를 처리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릴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폭스 뉴스는 앞선 정황과 CBP 피트 현장 디텍터의 말을 인용해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인원이 미국 망명 신청이 가능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망명이 허용될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 전문가 “캐러밴 美 정부가 다 수용할 수 없어”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 의원은 미 당국의 캐러밴 수용과 관련해 “정식 절차를 밟아야 된다”며 미국이 이들을 다 수용하지 않더라도 “비판만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난 9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캐러밴을 둘러싼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등 악화하는 여론과 관련해 “물론 인권보호 차원에서 교황이 그렇게 말할 순 있다”면서도 지금 수천명이 미국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 어떻게 다 받아들이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다고 본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여러 의견을 낸다. (상황은) 와서 보면 안다. 그 사람들은 정식으로 올 수 없기 때문에 트럼프가 ‘이 사람들은 다 무법자다’”라고 말한 거다. 미국은 이 사람들 받아주는 나라인가. 비평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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