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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최악의 '고용쇼크'…서민 일자리가 사라진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8-11-19 06:00:00 수정 : 2018-11-18 12: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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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고용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종사하는 도매·소매업에서 10만명, 숙박·음식점에서 9만7000명이나 각각 줄었습니다.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를 가진 제조업에서도 4만5000명이 감소해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고용부진은 경기가 하강국면을 보이는 데다, 조선·철강·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고 일부 정책에서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고용여건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발표한 '세계 거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5%, 내년에는 2.3%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한국의 잠재 성장률인 2.7% 안팎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만약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하면 고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실업난을 단번에 해결하는 묘책은 사실상 없습니다. 단기대책에 급급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시야로 경제의 구조개혁에 나서면서 종합적인 산업진흥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전보다 훨씬 과감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기업가 정신'도 끌어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제2기 경제팀이 진용을 갖춘 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 많은 20대 후반의 고용률이 최근 몇 달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년취업난이 역대 최악이던 지난해와 비교한 착시의 기저효과가 있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않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5∼29세(20대 후반) 고용률은 1년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한 70.2%였다. 10월 기준으로 1982년 월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다.

20대 후반 고용률은 올해 1월 10개월 만에 상승으로 반전한 뒤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5월부터는 70%를 웃돌고 있고, 7월(71.0%)과 9월(70.7%)에도 각각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률 상승은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취업자 수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는 뜻이다. 실제 6월 이후 25∼29세 인구는 '에코 세대' 유입 등 영향으로 매달 9만명 넘게 증가했는데, 취업자는 10만∼13만명 늘면서 인구 증가 폭을 웃돌았다. 에코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다.

취업자 증가 폭이 -1만∼4만명에 불과했던 지난해와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20대 후반 일자리 증가세는 최근 주력 제조업의 쇠퇴와 미래 산업 발달 등 구조적인 산업 재편 과정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새로 성장하는 게임·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산업 등에서는 청년 고용이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을 봐도 20대 후반 일자리는 주로 정보통신업에서 생겨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재정 투입이 늘고 있는 보건업과 공공행정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청년층이 고용됐다.

최근 20대 후반 고용률 상승에는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제자리걸음을 한 3월을 제외하고 나머지 11개월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9.8%에 달했다. 같은 기준으로 통계 집계가 이뤄진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대 후반의 일자리 상황이 나아지는 듯 보이지만 실업률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5∼29세 실업률은 8.1%로 1년 전보다는 0.3%포인트 하락했지만 10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아직도 20대 후반의 실업률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다는 뜻이다.

고용률은 전체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하는 것으로 취업 인구 비율과 같은 개념이다. 실업률은 일할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수를 뜻하는 것으로, 구직자의 취업 애로 정도를 보여준다.

◆초단기 일자리로 20대 취업지표 반짝 개선…의미 있나?

최근 20대 고용상황이 다소 호전되고 있지만, 청년층에서 근로시간이 적어 '투잡(two job)'을 희망하는 불완전 취업자도 늘고 있다.

고용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초단시간 근로자가 늘면서 전반적인 20대 고용상황은 좋아진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단시간 근로자 수를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를 보면 상황이 여의치 않다.

10월 고용동향 고용보조지표를 보면 15~29세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는 9만6000명으로, 이를 반영한 실업률은 10.7%로 조사됐다. 두 지표 모두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동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통계청은 "정보통신업에서의 20대 취업이 늘어나면서 (고용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용보조지표도 상승했다"며 "취업자 안에서도 근로시간이 짧은 취업자들이 많이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잡 희망자에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까지 포함해 산출한 15~29세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22.5%에 달했다.

이러한 이유로 대폭 늘어난 투잡 희망자가 20대 고용률을 견인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는 주당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로 대부분이 임시•일용직에 임금까지 낮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20대 취업자가 늘어난 것을 보면 안정적인 일자리로 신규 채용이 됐을 가능성 보다는 초단기 일자리 등에서 변동이 생겨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근로시간 감소…'투잡' 원하는 불완전 취업자 증가

경제성장으로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고용 탄성치'가 올해 0을 겨우 넘기며 9년 만에 가장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가 성숙할수록 고용 탄성치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구조적·산업 기술적인 요인 외에 경기·정책적 요인까지 얽혀 하락 속도가 급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전망을 토대로 추정한 올해 고용 탄성치는 0.11이다. 이는 취업자 수 증가율(0.3%)을 경제 성장률(2.7%)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 지표(경제 성장률 3.1%, 취업자 수 증가율 1.2%)를 토대로 계산한 고용 탄성치 0.39에서 3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고용 탄성치는 한 경제의 고용창출력을 나타낸다. 수치가 클수록 경제 성장에 견줘 고용 확대 규모가 크다는 의미다.

개발도상국 수준에선 높았다가 경제가 성숙해지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주력 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 고용탄성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2014년 0.72에서 2015년 0.39, 2016년 0.30으로 미끄러졌다. 지난해에는 0.39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정대로라면 올해 고용 탄성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09년(-0.52)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아진다.

고용 탄성치 하락은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산업 구조가 자본·기술 집약적 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유통업 내 무인 키오스크 확대 △스마트금융 △챗봇 등의 새로운 기술 출현도 고용 없는 성장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경기적 영향도 있다. 국내외 경기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업들이 보수 경영을 하고 투자와 고용을 꺼리는 탓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근로조건 개선 정책 요인까지 가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의 질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정책들이 고용의 양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전 5년(2013∼2017년) 연평균 0.5이던 고용 탄성치가 향후 5년(2018∼2022년)에는 연평균 0.3으로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韓 일자리 확대 제약, 고용구조 악화…주된 구조적 요인은?

'고용 쇼크'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가 고용 사정이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노동시장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이중구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간 근로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탓에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청년 실업률이 늘어나는 등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중구조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BOK경제연구에 실린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 위주 1차 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2차 시장으로 이원화된 가운데 이들 사이의 근로격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화로 가격 경쟁에 직면한 수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외주화를 확대하면서 대기업 우월적인 원청·하청 관계가 만들어졌다. 그사이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위주로 늘어났다. 아웃소싱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다시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고용 등을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1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213만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약 11%(213만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89%(1787만명)가 2차 시장 근로자였다. 2차 시장에서 비정규직 비중은 31.2%에 달했다.

우수 인력들이 더 좋은 여건의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양 근로 격차도 점점 벌어졌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중소기업(10~29인)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300인 이상) 근로자 임금의 90%(약 1.1배)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1·2차 노동시장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각 398만원, 225만원으로 격차가 약 1.8배로 확대됐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에 비해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해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20.6%로 OECD 평균치(11.2%)보다 높아 조사대상 32개국 중 6위를 차지했다. 임금 격차도 컸다. 지난 2016년 최하위(10분위) 임금 대비 상위 임금 비율이 OECD 조사국 26개국 중 4위로 높았다.

특히 노동시장간 이동 단절로 이중구조는 심화됐다. 우리나라의 임시직 3년 후 정규직 전환율은 2013년 기준 OECD 16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22%에 불과했다. 한번 비정규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대부분 2차 노동시장에만 머물러 있게 되는 셈이다.

◆정규직 vs 비정규직 이중구조 청년실업률 높여

더 큰 문제는 이중구조가 청년층 취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대학을 나온 청년층이 크게 늘었으나 이들이 선호하는 1차 노동시장 규모는 그만큼 뒤따라주지 않았다. 2차 노동시장 취업을 선택하는 대신 취업을 포기하는 비율이 늘면서 청년 실업률은 크게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9.8%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과도한 자영업 쏠림, 여성고용 부진 등도 이중구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 부머' 세대 은퇴로 늘어난 퇴직자들이 임금 등이 낮은 2차 노동시장에서 일하기보다는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어서다.

여성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도 일·육아 병행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치 못한 게 주된 요인이나 경력단절 이후 1차 노동시장 취업이 어려워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졸 이상 여성들의 남녀 고용률 갭은 26%포인트에 달해 OECD 상위 5개국 평균치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결국 우리나라 고용 확대를 제약하고 고용구조를 악화시킨 주된 구조적 요인은 이중구조 심화"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중소기업간 도급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엄정한 감시자 역할을 하고 독점적인 시장질서를 완화해야 한다"며 "중소·하청기업들이 기술 개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대내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고 제안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주 연속 하락, 5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52%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4%포인트 상승한 40%였고, 의견 유보는 9%였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 각종 고용정책이 청년 실업 해소 등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20대의 지지층 이탈이 심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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