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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만의 문제? 내신 못 믿겠다" vs "정시 확대는 시대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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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7 09:00:00 수정 : 2018-11-17 1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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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수시vs정시①] 숙명여고 사태 이후 “학교 관계자, 교사 친척·친구 등 누가 어떻게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윤모(45)씨는 16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숙명여고 사건은 (당사자가) 자녀와 학부모였기 때문에 드러났다”며 교내 내신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못했다. 대학의 수시 모집 확대로 내신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내신비리 등 학부모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씨는 “우리집 애가 다니는 학원에 내신 문제를 잘 집어주는 선생님이 계시다는데 그분들도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주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돈을 받고 내신이 거래되고 있다는 말이 나도는 등 숱한 의심과 불신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애가 내신을 이유로 선생님 눈치를 보느라 질문도 못한다고 하더라”면서 “학교 내신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 학부모들 “잇단 내신비리…학교, 교사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이 쌍둥이 자녀를 위해 5차례 정기고사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했다는 경찰 결론이 나오자 학부모들 사이에선 더 이상 수시 모집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와 선생님에게 자녀 성적에 대한 평가를 전적으로 맡겨왔지만 숙명여고 사태로 학교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숙명여고 학부모 단체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위원회’는 14일 “이번 수사과정에서 답안지 유출뿐 아니라 치밀한 계획아래 비교과, 수행평가 몰아주기, 상장 몰아주기에 대한 비위사실도 많이 드러났다”며 “이것은 많은 조력자, 방조자 없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내신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올해 대학 수시전형 모집인원은 역대 최대인 76.2%를 기록했지만 정작 내신에 대한 부모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이에 따라 수시모집을 대폭 줄이고 예전처럼 정시 위주로 대학 신입생을 모집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6일 기준 수시 모집을 축소하자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이 수십건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16일 통화에서 “숙명여고 사태가 시작된 이후 2건의 내신비리 사건이 연이어 이어났다”며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건 아니나 이후 사교육도 줄지 않았고 교실에서도 여전히 암기식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정시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시확대는 미래사회 역량에 맞는 수업을 시행하자는 취지에 역행하는 것”

반면 정시확대는 과거 잘못됐다고 판명한 길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시모집은 수시전형이 생긴 지난 2002년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도입당시 29%가량이었던 수시 비중은 올해 76.2%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변화는 수능 영어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는 등 정부의 쉬운 수능 기조와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에 대한 우려, 수능위주의 주입식 교육개선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쌍둥이 딸이 치른 시험지에도 해당 시험문제의 정답(빨간 원)이 깨알같이 작은 숫자로 옮겨 적혀 있다. 수서경찰서 제공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16일 통화에서 “정시 위주로 가게 되면 참여형·실습형 등 미래사회 역량에 맞는 수업을 시행하자는 교육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학교교육 과정에서 수능대비만 하라는 것은 교육의 본질, 미래사회 역량을 고려했을 때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 국장은 “고교 내신에 대한 불신, 학종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신뢰도 개선을 위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평가에 대한 콘텐츠를 미리 공지한다거나 채점기준의 명확한 공개, 신뢰를 주기 위한 외부검증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독일, 영국은 학교 성적에 대한 외부검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영국에선 합리적인 내신을 반영하지 않은 학교는 성적을 입시에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처벌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교육부 “상피제 도입, CCTV 설치로 내신공정성 강화하겠다”

교육부는 ‘내신의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숙명여고 사태 이후인 지난 8월 교사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함께 다닐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수시 축소와 정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교육부가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360개 고등학교 가운데 560개교(23.7%)에서 교원과 자녀가 함께 재학 중이었으며 해당 교원 수는 1005명, 교원자녀는 105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농산어촌 등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피한 사정도 있었는데 이럴 경우 부모가 자녀의 평가업무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보안방침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피제를 도입해도 교사의 친척, 친분까지 적발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시험지 관리에 대해서도 고등학교 내 평가관리실을 별도로 마련하고 모든 평가관리실 내에 폐쇄회로(CC)TV를 마련하는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는 정시 확대 요구가 늘어난 점을 반영해 2022년 대입부터 정시모집 비중을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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