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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자른 IT 개발자의 상처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18-11-17 08:00:00 수정 : 2018-11-16 21: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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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망 이용촉진·정보보호 등 법률 위반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 특례법 위반 그리고 폭행·강요에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 ‘범죄종합세트’로 불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16일 검찰에 송치한 가운데 이번 ‘위디스크 사건’을 보며 IT업계에서 약 18년간 근무해온 양도수씨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양 회장의 폭행 피해자를 보며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 데다가 IT업계의 드러나지 않았던 현실이 이제야 수면 위에 떠오른 점을 보며 말조차 꺼내지 못한 채 살고 있을지 모르는 동종업계 노동자들이 생각난 탓이다.

‘폐 잘라낸 개발자’로 알려진 양씨는 2006년 농협정보시스템에 경력직으로 입사, 자정이 넘어 귀가하는 날들의 연속에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고 근무 2년여 만인 2008년 10월 검진에서 ‘폐결핵’과 ‘결핵성 폐농양’ 진단을 받고서는 폐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 소송 끝에 야근 시간과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지만 그의 상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4년 하이마트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는 하청업체에 들어간 양씨는 3년 뒤인 2017년 5월, 하이마트 본사 A팀장과 B매니저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 잘라낸 개발자’로 알려진 양도수(사진)씨는 2006년 농협정보시스템에 경력직으로 입사, 자정이 넘어 귀가하는 날들의 연속에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고 근무 2년여 만인 2008년 10월 검진에서 ‘폐결핵’과 ‘결핵성 폐농양’ 진단을 받고서는 폐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 소송 끝에 야근 시간과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지만 그의 상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4년 하이마트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는 하청업체에 들어간 양씨는 3년 뒤인 2017년 5월, 하이마트 본사 A팀장과 B매니저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인터뷰 영상화면 캡처.


양씨는 지난 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양진호 회장) 영상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던 게 손으로 뺨을 때린다든가 머리를 때린다든가 직접적인 타격이 있었는데, 난 그런 똑같은 사무실에서 우리 직원 60여명이 있는 앞에서 멱살 잡히고 온갖 폭언에 폭행을 당했다”며 “A팀장, B매니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나는 규제 받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누군가는 일생에 한 번 겪기도 어려운 일을 양씨는 두 번이나 겪은 셈이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그를 옭아맸고, 한때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로 양씨의 절망은 깊었다.

인터뷰에 동석한 김환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게임산업분과 위원장은 “IT업계에서 도급과 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을’이나 ‘병’에게 갑질하며 제왕적으로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청업체 담당자 입장에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하청업체 직원은) 엎어야 하고, 마음에 들게 무조건 야근해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TF 업무도 담당한 김 위원장은 업계 ‘블랙리스트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니는 회사에서 안 좋은 말 듣고 잘리면 갈 곳 없다는 폭언도 심심찮게 나온다면서 그는 “실제로 기능하지 않더라도 그런 협박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중인 양도수씨와 김환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게임산업분과 위원장(사진 왼쪽부터). 세계일보 인터뷰 영상화면 캡처.


양씨는 “여러 사건을 직접 겪으면서 ‘이런 사람들을, 노동환경을 관리할 행정 권력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했다”며 “남들은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일을 두 번이나 겪다 보니 목소리를 더 낼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게는 임금 체납에서 크게는 폭행 등의 이유로 장애를 안고 가야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며 “노동부가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해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그러면서 “대기업에서 폭언·폭행으로 성과 내는 사람을 더는 인정하면 안 된다”며 “그런 건 결코 정당화되고 합리화될 수 없으며, 성과는 낼지라도 언젠가는 기업의 이미지 하락 등의 문제가 생길 테니 그런 직원을 감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잘못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묻고, 피해자 구제 등이 이뤄지는 게 정상적인 사회라는 게 양씨의 생각이다.

양씨의 주장과 관련해 하이마트 측은 “(해당 직원이) 옷깃을 잡은 게 멱살이라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수차례 전화를 걸어 사과하려 했으나 연결되지 않아 통화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직원 2명은 감봉, 직위해제, 부서이동 등 중징계를 받았다”며 “지난해 7월, 본 건과 관련해 노동부가 ‘노사문화 우수기업’ 인증에 대한 점검 실사를 나왔고, 인증 취소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아직 인증 취소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농협정보시스템 측은 “근무시간과 관련한 소송은 조정합의로 원만하게 마무리됐다”며 “위로금도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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