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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후폭풍 어디까지 휘몰아칠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8-11-17 06:00:00 수정 : 2018-11-16 13: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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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를 인정한 가운데 벌써부터 상당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거래 정지됐고, 한국거래소는 이 회사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갑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가 중지돼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8만명이 넘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도 1400여만주에 달합니다.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 특별감리가 시작된 지 1년8개월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투자자 집단소송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분식회계 논란이 커지고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그러는 사이 소액투자자들은 폭락사태를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증선위 발표로 주식거래정지 조치까지 내려져 자금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발표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벌써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대법원 최종심 재판에도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행정소송으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내린 2015년 자회사 지위 변경은 바이오젠사 콜옵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적법한 회계처리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당시 분식회계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때 달라요'라는 자조섞인 문구가 세인들의 푸념이 아닌 현실이 된 걸까요? 이번 고의 분식회계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증선위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비율 적정성이 중점 심의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증선위에 증거물로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문건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간의 논의 정황이 포함돼 있어 금감원이 감리에 착수해 관련 의혹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선위는 삼성물산 감리 여부에 대해선 신중을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증선위는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 주식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차익을 인식한 것에 초점을 맞춰 심의를 벌였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 회사에서 공동지배 회사로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공동지배 회사여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중에 이를 인지했다면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되레 2015년 회계기준을 바꿔 적자회사에서 흑자회사로 변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맺은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부채를 고려하면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비정상적인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 승계 작업과 연관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이번 증선위 심의의 핵심사항인 공정가치 평가가 있긴 했지만 당시에는 합병이라는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가치 평가 시 그 가격을 어느 정도로 책정했느냐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삼성물산 특별감리, 검찰 조사해야"…금융당국 "신중한 입장"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변경에 앞서 그해 7월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각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려 모(母)회사였던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이 작성한 내부문건이 공개돼 의혹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회계처리기준 변경에 대해 상의한 내용이 담겨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부풀리기가 그룹 차원의 전략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의 삼성물산 감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을 통해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삼성물산에 대한 조속한 감리 착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입장자료를 내고 "금융당국은 삼성물산을 특별감리하고 검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 측은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 여부는 신중하게 따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불똥 어디로 튈까?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과거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향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성을 인정한 부분이다.

앞서 그간 제기됐던 의혹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비율이 정해지도록,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것이었다.

두 기업의 합병 당시 주식 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삼성물산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로 평가받았던 만큼 주주들의 반발은 거셌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8000억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권 바뀌면 금융당국 잣대·판단도 달라지나? 일각에선 당국 책임론도

그렇다면 증선위의 이같은 결론이 이재용 부회장 3심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앞서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의 근거는 당시 경영승계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었다.

경영승계 작업이라는 현안 자체가 없어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면서 암묵적으로 청탁할 일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이번 증선위 발표로 당시 삼성에 이재용 부회장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을 것으로 해석할만한 여지가 생겼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2심 무죄 판단의 근거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 부회장 입장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1·2심에서 증거로 다뤄진 사실관계 이외 새로 추가되는 증거를 조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해 새로 2심이 시작되지 않는 한 이번 증선위 심의 결과가 대법원 재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번 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고의성 결론을 놓고 적지않은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너무 엄격하게 회계기준을 적용해 분식회계 및 고의성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11년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에는 "회계처리 원칙만 지키면 세부적인 판단은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를 분식회계로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통일된 평가기준이 미흡한 실정이라 업체나 회계법인의 해석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도 적지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달라졌다고 해서 금융당국 규제의 잣대가 오락가락해선 안 된다"며 "그간 2년 가까이 시간을 끌며 이번 사태를 키운 당국의 책임도 적지않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FRS는 원론적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을 보장하는 일종의 가이드이자 약속"이라며 "회계전문가들의 판단을 제3의 전문가나 기관이 뒤집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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