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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글→ 청원→ 언론…'이수역 폭행사건' 와글와글

입력 : 2018-11-15 19:54:47 수정 : 2018-11-15 23: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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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주장 여성들 “술집서 시비 / 뼈 보일 만큼 남자 4명에 맞아” / 인터넷 글 파문… 靑 청원 32만명 /“여성들 먼저 남혐 발언” 목격담 / 경찰, 양측 쌍방폭행 혐의 입건 / 민갑룡 청장 “늑장출동 아니다”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했으나 피의자 신분이 됐다.”

14일 오후 4시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성혐오’(여혐) 사건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이가 올린 글 일부다. 작성자는 피가 묻은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붕대로 감싼 사진까지 올렸다. 그는 지난 오전 4시쯤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남성 4명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글에 따르면 여성 일행은 옆 테이블의 남녀가 자신들을 쳐다보며 비웃어 불쾌감을 느끼다가 그들과 말다툼을 벌였다. 그런데 다른 테이블의 남자 일행이 갑자기 싸움에 끼어들어 “메갈(남성혐오 사이트) 실제로 본다”, “얼굴이 왜 그러냐”는 등 모욕성 발언을 했다. 남성 일행은 심지어 여성들을 발로 차는 등 마구 때려 넘어진 피해자가 계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글 작성자의 주장이다.

일부 누리꾼이 “남성 우월주의가 만든 사건”이라며 “폭행 남성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강력히 처벌하라”고 촉구하는 등 사건은 여혐 사건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관련 내용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되면서 15일 이틀도 안 돼 동의자가 32만명을 넘어섰다.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측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지구대로 동행해 ‘여성 일행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조용히 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며 “먼저 시비를 걸고 폭행한 쪽은 여성 일행”이라고 진술했다. 주점 폐쇄회로(CC)TV에도 여성이 먼저 남성의 목 부위에 손을 갖다댄 뒤 서로 밀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 일행이 갑자기 끼어들어 폭행했다는 여성 측 주장과 상반된다.

여성 일행과 먼저 말싸움을 한 테이블에 앉았던 여자로 추정되는 이도 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여성 일행이 먼저 내 남자친구를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용어)이라며 계속 비아냥댔다”며 “남성 일행은 가만히 있는 사람들에게 왜 그러냐며 여성들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건 현장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영상에도 여성 일행이 주변 남성들에게 폭언하는 모습이 담겼다. 두 여성은 “너희, 여자 만나본 적 없지?” “내가 6.9cm로 태어났으면 자살한다” 등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하고 “저××들한테 가서 얘기하세요”, “××××들, ××××들” 등 수차례 욕설을 한다. 남성 일행이 아무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모욕적 발언을 했다는 여성 일행 주장과 배치된다.
이른바 ‘이수역 주변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지난 14일 온라인 게시판에 폭행으로 생긴 상처라면서 올린 사진.
연합뉴스
경찰은 양측 진술이 엇갈리자 관련자 모두에게 쌍방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A(21)씨 등 남성 3명과 B(23)씨 등 여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여성들이 시비 원인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주점 주인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건 진상이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남녀 성대결 양상으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는 “피해자라고 할지라도 특정 발언을 통해 폭행을 유발했다면 사건 본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도 “시비의 발단 요인이 남녀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면 증오범죄가 될 수도 있겠으나, 실체가 그렇지 않다면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한쪽 말에만 경도된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늑장 출동 지적에 대해 “4시22분에 112 신고가 됐는데 26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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