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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초과학 위기와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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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5 23:44:19 수정 : 2018-11-15 23: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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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월 제17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개최하고 ‘제4차 과학기술 기본 계획’ 등 5개 안건을 심의 확정했다. 5개 안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까지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제5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도 확정하고 중앙정부가 연구·개발을 기획하던 종전 방식에서 탈피, 지역이 주도해 기획하고 중앙정부가 역 매칭으로 지원하는 ‘지역 수요 맞춤형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특히 부처별로 산재한 지역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지원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지방대학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인력을 늘리고 연구 역량도 강화할 계획도 제시했다. 그런데 역대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과학 정책이 계획되고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정책은 수립됐지만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
이윤배 조선대 명예교수·컴퓨터공학

이런 전례로 볼 때 현 정부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과학 영재교육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교육부의 협업이 절실한데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기부는 ‘4차산업 인재양성’을 위해 과학영재를 대폭 양성하자는 주장이지만, 교육부는 ‘사교육비 감축’ 명분을 들어 한국 수학올림피아드(KMO) 수상경력을 대학입시에 반영해 주지 않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교육부는 과학기술계의 반발에도 학생들의 수학 부담을 줄여준다는 변명과 함께 2021학년도 대학 수능시험부터 ‘기하·벡터’를 빼기로 했다. 국방부 역시 ‘병력자원 부족’을 이유로 2020년 이후 이공계 대학원생의 병역특례 폐지 의사를 고수하는 등 정부 유관 부처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1990년 ‘50·30 프로젝트’를 통해 50년 동안 기초과학 분야에서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 이하로 줄이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이 중 40%를 기초과학연구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기초과학 육성 현실은 매우 비관적이다. 한국과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과학고 등 영재고가 대입 교육 위주로 교육과정이 변질되고, 대학 진학마저 의·치대를 선호하고 있고,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대회 성적도 뒷걸음질하고 있다. 이공계 이탈 현상은 물론 고급 두뇌 해외 유출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와 같은 입시제도와 교육 풍토 속에서는 100년이 지나도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물론 한 나라의 기술력을 노벨상 수상 과다로 재단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과학기술정책이 노벨상 수상 목적이 돼서도 곤란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진국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는 과학기술력에 달려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한경쟁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일류 인재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이에 수학능력시험의 성적순이 아니라 기초과학 분야별로 재능과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외에서 가장 우수한 과학자를 초빙해 이들을 전담 지도토록 하고, 최신 실험 실습 장비를 갖추는 등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수학능력시험’을 ‘대학입학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초과학 분야를 홀대하면서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겠다는 꿈도, 경제 선진국이 되겠다는 꿈도 모두 망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윤배 조선대 명예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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