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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北, 자초한 核 딜레마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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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5 23:43:37 수정 : 2018-11-15 23: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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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세 차례 中 방문은 ‘실수’ / 北·美 실무회담 때는 기회 놓쳐 / 뉴욕 고위급회담 연기도 아쉬움 / 北 ‘기싸움’이 아닌 결단 내릴 때 지난 8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북한의 통보로 연기됐다. 미국의 반응은 최종적 비핵화까지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며 손쉬운 타협에 성급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는다면 ‘핵·경제 병진노선’으로의 회귀 가능성도 내비쳤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번 주 아시아 순방에 앞서 언론 기고문을 통해 “북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전례 없는 외교·경제적 압박 기조’를 이어갈 것”이며, “모든 인도 태평양 국가도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과반의석을 장악한 가운데, 일부 매체는 북한 미사일 기지가 건재하다면서 트럼프 정부를 힐난했다. 북핵을 둘러싼 난기류가 감지된다.

평창올림픽 이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및 북·미 접촉과정에서 북한은 비핵화 진전을 통한 결정적 북·미 관계 개선 기회를 놓쳤다. 이전 정권과의 업적 차별화와 국내 정치 돌파구가 필요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웅심’과 북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서로 통할 수 있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은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 절호의 기회였다. 기회를 놓친 북한은 핵 딜레마를 자초했다. 이제 판을 엎거나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자니 미국의 군사압박이 염려되고, 선별적인 실험장이나 발사시설 해체 참관 등 웬만한 제안으로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딜레마에 처했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학

북한의 첫 번째 실수는 올해 3~6월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중국 방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을 뒷배 삼아 남북 및 대미 협상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책략이었다. 그러나 당시 촉수를 세우고 북한의 진의를 가늠하고 있던 미국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 없이 중국을 활용해 미국에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북한 지도부는 성급한 중국행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미국 측과 진지하고도 충분한 협의에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두 번째 기회는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대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싱가포르로 장소를 옮겨가며 진행했던 실무회담이었다. 열흘이 넘는 긴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열렸던 이 회담에서 북·미는 단계별 상응 조치를 구체화한 비핵화 이정표에 합의했어야 했다. 미국의 기대가 가장 컸던 이 시기에 북·미 관계의 결정적 진전이 가능했다. 핵 목록 제출과 사찰 등의 실질적 합의를 피하고자 했던 북한 입장으로 인해 결국 북·미 정상회담은 관계 개선에 대한 모호한 합의에 그쳤고, 북한에 대한 불신의 벽은 더욱 높아졌다.

세 번째 아쉬움은 미 중간선거 직후로 정했던 뉴욕 북·미 고위급회담의 연기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직접 면담이 어려워도 일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어야 했다. 회담 무산 후 딜레마에 빠진 북한을 상대로 미 정부가 대북제재의 칼자루를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가할 것은 뻔했다. 이제 북·미 고위급회담이나 두 번째 정상회담 일정은 다시 안갯속에 들어갔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과 각종 남북 협력사업의 추진도 영향을 받게 됐다.

북한이 곤경에서 헤어나려면 이제라도 결단을 내려서 ‘완전한 비핵화’ 일정을 제시하고 단계별 상응 조치에 대해 미국과 일괄 합의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대북제재 국면을 자초했고, 올해 들어 제재의 명분이 사라질 만큼 확실하고 신속한 비핵화 합의 기회를 간과했기에 스스로 딜레마에 빠졌음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의 진의를 우려해 망설인다면, 한국이 당사자 자격으로 북·미의 단계별 상응 조치 이행을 보증할 수 있다.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 조치 없이 북·미 협상의 ‘기 싸움’에 탐닉하는 한, 그동안 유용했던 ‘살라미 전술’(협상을 여러 개로 토막내서 단계마다 이익을 얻는 전술)은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과 제재로 되돌아와 ‘경제건설’을 어렵게 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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