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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과 같은데… 죽었다고 쓰레기봉투에 넣을 수 있나요" [반려동물, 요람에서 무덤까지]

입력 : 2018-11-17 14:11:53 수정 : 2018-11-17 14: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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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반려동물, 마지막까지 함께 하려면 / 반려인 4명 중 1명 “땅에 묻을 예정” / 사유지 매장해도 명백한 불법행위 / 적발땐 최대 100만원 과태료 부과 /
현행법상 사체, 생활 폐기물로 분류 / 합법적 행위지만 마음의 상처 받아 / 동물병원에 맡길땐 의료폐기물 처리 / 동물장묘업체 29곳… 5년 만에 4배↑ / 처리비용 비싸 선뜻 이용하기 꺼려 / 공동동물장묘시설 설치 대안 나와
죽음은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당연한 생과 사의 이치지만 반려인에게는 이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려견의 수명은 10~15년으로 짧고, 다른 반려동물 역시 이와 비슷하거나 더 짧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은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경험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신혜주(32·여·가명)씨의 그 ‘언젠가’는 지난 4월이었다. 11년 동안 동생처럼 돌봤던 반려견 ‘뿌꾸’가 갑작스레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큰 병치레 없이 건강했던 뿌꾸였지만, 야속하게도 혈육과 같았던 신씨에게 이별을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많이 울었던 적이 평생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릇에 먹다 남은 사료며, 장난감이며… 방안 곳곳에 남아 있는 털까지도, 눈에 보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슬픔을 잠시 제쳐놓자 현실적인 고민이 돌아왔다. 사체처리 문제였다. 신씨는 뿌꾸가 좋아하던 물건들과 함께 상자에 담아 뒷산, 볕이 잘 들면서도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한쪽에 자그마한 무덤을 만들었다. 신씨는 “‘언젠가는…’ 하고 한번쯤 생각했던 계획이었다”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거리에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사체, 앞마당에 매장해도 불법

신씨처럼 반려동물이 죽은 뒤 매장을 고려하는 반려인이 많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4명 중 1명 정도(24%)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처리계획으로 ‘주거지·야산 등에 묻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야산에 매장하는 것은 불법이다. 가족의 무덤이 있는 선산(先山), 자신의 사유지나 집 앞마당이어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 사체의 침출물로 지하수 등의 오염이나 가축전염병 등 위생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한다. 적발되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천과 수로 등 공중위생상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큰 장소에 반려동물의 사체를 버리는 등의 행위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합법적으로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법은 크게 3가지다. 동물장묘업체 등에 맡겨 화장이나 건조 처리하는 방법이다. 현재 동물보호법에 따라 등록된 동물장묘업 사업장 수는 총 29곳이다. 2013년 7곳에서 5년 만에 4배로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4곳으로 가장 많고, 충북·충남·경남 3곳, 부산·대구·광주·세종·전북·경북 1곳씩이다.

질병으로 폐사(또는 안락사)했을 경우 동물병원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반려동물의 사체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동물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되거나 폐기물처리업자 등에 위탁 처리된다.

대부분의 반려인에게는 거부감이 들지만 일반 가정에서 쓰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용하는 것도 합법이다.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이 중 가장 인도적인 반려동물 사체처리 방법은 장묘업체를 통한 것이다. 국민의식조사에서도 반려인의 59.9%가 장묘시설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장묘시설을 이용하는 반려인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반려동물 사체발생량인 68만8000마리(추산) 중 민간 장묘시설에서 처리한 사체는 4만2000마리 정도로 전체 6.1% 수준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첫 공공동물장묘시설 생긴다

이처럼 장묘업체를 찾는 비중이 낮은 것은 비용 문제가 크다. 장묘업체 등에 따르면 화장을 할 경우 5㎏ 이하 소형 반려견 기준으로 15만~20만원이 든다. 화장만 하는 기본 비용이다. 여기다 관이나 수의, 유골함, 염 비용, 납골당 안치 등이 추가될 때마다 비용은 더 올라간다. 중·대형견의 경우는 더 부담스럽다. 기본 무게인 5㎏에서 1㎏이 초과할 때마다 1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더라도 체중에 따른 비용과 냉동고 보관비용, 소독비용 등까지 더하면 보통 10만원을 넘어간다.
2년 전 이맘때 반려견 두리를 떠나보낸 이원범(43·가명)씨는 “10년 넘게 함께한 친구인 반려견이 생활폐기물이 되지 않도록 하려고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장례를 치르거나 몰래 묻는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은 만큼 반려동물의 장묘시설도 어느 정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할 때라고 말한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아직 동물장묘업체들이 많지 않고 국내 반려동물의 장묘에 대한 공감대나 문화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결국은 일정 부분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주민설득 등을 거쳐 저렴하게 장례를 치를 장묘시설 건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고 싶은 반려인도 있겠지만, 비용이나 접근성 문제 등으로 최소한의 절차를 갖춘 이별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공공동물장묘시설 설치 지원사업에 전북 임실군과 경남 김해시를 선정했다. 이들 지역에는 내년까지 각각 50억원이 투입돼 화장장과 납골당, 수목장지 등이 들어선다. 공공으로는 전국 1·2호 동물장묘시설이 된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동물장묘업체 '후바스'의 납골당 및 추모식장 모습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공시설 외에도 동물장묘업 활성화를 위해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인식 개선, 화장 외에도 수목장 등 다양한 장묘방법을 도입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세계일보·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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