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재판연구관들 거듭 보고에도 '전교조 소송 파기 검토' 시간 끌어 법원행정처가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을 지연시킨 뒤 최종 결론을 뒤집으려 시도하는 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 절차를 놓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이 확인됐다.
14일 연합뉴스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5월께 "위안부 관련 재단이 6월이면 설립되고 일본에서 약속한 대로 돈을 보낼 전망이니, 그로부터 1~2개월 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8월 말까지 끝내라"고 외교부에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단 설립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이 가시화하자 징용소송 문제도 최종적으로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지시 이후 법원행정처와 정부가 앞서 합의한 징용소송 관련 절차는 속도 있게 진행됐다.
외교안보수석실을 통해 지시를 전달받은 외교부는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과 접촉해 의견서 제출 문제를 논의했다. 임 전 차장 역시 같은 해 9월29일 외교부를 찾아가 "정부가 강제징용 관련 여러 가지 상이한 관점과 다양한 전후 배상문제 처리 관련 외국사례를 제출해 주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를 기초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계획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승인을 받았다. 임 전 차장은 외교부를 방문하기 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외교부에서 의견서를 낼 단계가 된 것 같다"고 보고했다.
2013년 8월 재상고심 접수 이후 3년 넘게 중단된 소송은 이후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계획대로 진행됐다. 일본 기업 측 대리인은 2016년 10월6일 대법원에 외교부 의견서 제출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같은 해 10월17일 전원합의체 회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고 이듬해 초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원합의체 회부 절차가 중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14년 9월 법외노조 효력정지 처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재항고를 접수한 고영한 전 대법관은 복수의 재판연구관들로부터 '재항고 기각' 의견을 보고받았다.
고 전 대법관은 "파기환송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며 법원행정처 문건대로 노동부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검토를 재차 지시했다. 그러나 다른 재판연구관들도 재항고 기각 의견을 냈고, 검토가 반복되는 사이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기간을 넘겼다.
대법원은 이듬해 6월2일 헌재 결정을 근거로 원심을 파기하고 전교조를 다시 법외노조 상태로 되돌렸다. 이틀 뒤 임 전 차장은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 상고법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 자리에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호성 부속비서관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통령의 면담 자리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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