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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굴욕·총재 압박 … 뜨거웠던 ‘Sun’, 차갑게 지다

입력 : 2018-11-14 21:35:45 수정 : 2018-11-15 01: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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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16개월 만에 야구대표팀 감독 사임 /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논란 발목 /“때가 된 것 같다” 긴급 기자회견 /“선수들 명예 지켜주지 못해 참담” /“우승 그렇게 어렵다 생각지 않아” / 국회의원 발언에 물러날 결심 굳혀 / 정운찬 총재 리더십 타격 불가피 현역 시절 프로야구에서 146승,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의 눈부신 성적을 남긴 ‘국보 투수’이자 지도자로서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선동열(55) 야구 국가대표 전임감독이 “이제 때가 됐다”며 자진사퇴했다. 지난해 7월24일 사상 첫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취임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운영의 전권을 부여받았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선발 논란에 발목 잡혀 16개월 만에 자리를 내놓았다.

선 감독은 1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정운찬 KBO 총재와 면담을 가진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발표했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3연패에도 불구하고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면서 “그때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던 어느 국회의원의 말이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해 국정감사가 사퇴결심의 결정타였음을 분명히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사과하시든지, 사퇴하시든지 하라”면서 선 감독을 다그쳤고 선 감독은 연봉은 많이 받으면서 TV 시청으로 편하게 근무하는 적폐 세력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1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선 감독은 “감독의 무한책임을 회피해 본 적이 없다”면서 “다만, 선수선발과 경기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며 존중되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특히 “국가대표 감독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사례는 제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희망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마땅하다”고 강변했다.

정운찬 총재가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전임감독제를 개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거나 “선 감독이 TV로 선수들을 살핀 것은 불찰” 등의 발언을 한 것도 선 감독 사퇴와 무관하지 않았다. 선 감독은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비로소 알게 됐고 저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선 감독이 일찌감치 자신사퇴에 대한 결심을 내렸지만 프로야구 최대축제인 한국시리즈가 끝나기를 기다려 이를 발표했다.

선 감독의 사퇴로 한국 야구대표팀은 2019 프리미어12와 이듬해 도쿄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또한 일련의 과정에서 정운찬 총재의 야구계 현실 인식과 사태 조정 능력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 정 총재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게 됐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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