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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5만원 주고 골프채로 폭행"…곳곳에 '제2 양진호'

입력 : 2018-11-13 19:42:56 수정 : 2018-11-13 19: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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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근로자들, 국회서 직장갑질 피해사례 보고 / “사비로 미니선풍기 샀단 이유로 / 입술에 피가 터지도록 얻어맞아 /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 하지만 / 권고 사직·괴롭힘·욕설 등 만연 / 공짜야근 막는 법률 강제력 부족”
“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서 2년반 근무하는 동안 용돈으로 총 15만원을 받은 게 고작입니다. 사비로 미니선풍기를 구매했다는 이유로 입술에 피가 터지게 맞았고, 색깔이 다른 셔츠를 입고 출근한 친구는 골프채로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25세, 김현우 디자이너)

최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무차별 폭행 및 엽기적인 괴롭힘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제2의 양진호’가 업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주최로 13일 국회에서 열린 ‘IT노동자 직장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에서는 IT업계 종사자들이 직장에서 당한 각종 폭행 및 괴롭힘에 대한 폭로가 터져나왔다. 한때 한국의 ‘스티브 잡스’와 ‘조나단 아이브’를 꿈꿨던 이들은 불합리한 업계 관행과 직장 갑질로 심신의 고통과 불안한 삶에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한국오라클 안종철 노조위원장은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IT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사기’에 가깝다”며 “일상화된 권고사직, 차별 지급되는 위로금, 저성과자에 대한 괴롭힘, 욕설 회의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계적인 IT회사가 이런 불합리한 일을 대한민국에서만 지속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IT업계의 노동환경이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 1월 직장 상사의 부당 지시와 괴롭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육콘텐츠업체 S사의 웹디자이너 장민순씨의 언니 향미씨도 나왔다. 장씨는 “직장상사는 동생에게 최소 4명이 해야 할 분량의 일감을 몰아줬고, 채식주의자인 동생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과로 자살은 회사가 개인에게 가한 극한의 폭력이며, 죽음에 이르게 만든 회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T노동자들의 장시간 근무와 ‘공짜 야근’을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의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노총 법률원 장재원 변호사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민사소송에서 각종 수당을 청구할 경우 근로자가 입증 책임을 지게 된다”며 “‘무료야근’ 관행으로 노동시간을 증명할 자료가 남아 있기 힘든 상황에서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에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은 실질적인 강제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철희 의원은 “수많은 ‘양진호 회장’이 IT업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며 “제2, 제3의 피해자를 방지하고, 나아가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려면 대한민국의 IT인재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순·최형창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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