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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토호·2등 경찰·치안 격차…자치경찰제 방안 난제[뉴스분석]

입력 : 2018-11-13 19:23:19 수정 : 2018-11-13 22: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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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안 뭘 담았나 / 인사권 가진 지자체장·의회… 경찰 조직 ‘쥐락펴락’ 우려 / 취약계층 대상 범죄·수사권 모두 넘겨 / 여성·아동 취약계층 치안 나빠질 수 도 / 지휘·감독권 가진 자치경찰위원 임명 / 시·도지사 1명 의회 2명 추천권 행사 / 지역토호 세력과 밀착 가능성도 높아 13일 정부가 내놓은 자치경찰 방안을 두고 “최대 수혜자는 지방 정치인들”이란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2022년 이후부터 시·도지사와 지역의회 의원 등 지방 정치인들은 최대 4만3000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여성·아동·청소년과 재정능력이 열악한 지방의 주민은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 지역토호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치경찰이 성범죄, 학교·가정폭력, 음주운전 등 수사권을 가질 경우 아무래도 소외된 계층이 차별을 당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안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정순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아동 등 취약계층과 지방 치안 공백 우려

자치경찰은 앞으로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교통사고·음주운전·공무수행 방해와 관련한 수사를 맡게 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약자인 여성·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 수사가 사실상 몽땅 자치경찰로 넘어가는 것이다.

핵심은 인사권이다. 아무래도 임명권자 입맛에 맞는 맞춤형 수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측은 “시·도 지사는 자치경찰에 대한 직접적 지휘·감독권은 없고 시·도 경찰위원회가 관리하기 때문에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5명으로 구성되는 시·도 경찰위원은 모두 시·도지사가 임명한다. 특히 시·도지사는 1명에 대해 지명권을, 시·도의회는 2명(여·야 각 1명)의 추천권을 각각 갖는다. 나머지 2명은 법원과 국가경찰위가 1명씩 추천하는 구조다. 지방 정치인들이 시·도 경찰위원회 과반에 힘을 행사할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그간 균일했던 치안 서비스 붕괴도 우려된다. 국가경찰 체제 안에선 경찰청 지휘 아래 지역 구분 없이 비교적 일정 수준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지방자치단체마다 재정능력이 달라 지역별로 치안의 질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서울보다 재정자립도가 훨씬 열악한 지방은 치안 사정이 그만큼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1등 경찰, 2등 경찰 나뉠 것”

국가경찰 체제에선 경찰청 및 지방경찰청의 진두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던 사건 처리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자치경찰 체제 아래에서 국가경찰은 중대 긴급신고, 자치경찰은 일상·비긴급신고를 맡는다. 촌각을 다투는 사건에서 그 기준을 놓고 현장에서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가령, 여성이나 아동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우 현장경찰 입장에선 국가경찰이 나서야 할 ‘납치’인지, 자치경찰이 맡을 ‘단순 가출’인지 구분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 사건이 최악으로 치달은 후에야 국가경찰이 투입되는 모순점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의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사안의 본질이 ‘가출로 위장된 납치’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특히 지방직 소방관이 국가직에 비해 처우가 나쁜 것을 빗대 경찰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1등경찰’과 ‘2등경찰’로 나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산과 인프라 시설이 풍부한 대도시 근무를 선호해 특정 지역에 우수 인력이 몰릴 수밖에 없다.

배복주 전국성폭력협의회 상임대표는 “성범죄의 경우 자치경찰이 토호세력과 관계 등에 따라 사건을 배척하거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현재 성범죄는 피해자 소재지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하는데, 이런 부분이 자치경찰 간에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정훈·권구성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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