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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질문 하나.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과 스파이더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스탠 리가 이긴다”가 답이다. 스탠 리는 헐크, 아이언맨, 판타스틱 포 등의 캐릭터도 만든 미국 만화업계 거장이다. 그러니 적어도 만화세상에선 통하고도 남을 우문현답이다.

싱거운 질문 둘. 슈퍼맨과 아이언맨이 함께 나오는 만화나 영화는 왜 보기 어렵나. 답은 “소속사가 달라서”다. 슈퍼맨은 배트맨, 원더우먼과 함께 미국의 만화 출판사 ‘DC 코믹스’ 소속이고, 아이언맨은 경쟁 출판사 ‘마블 코믹스’ 소속이다.

두 회사는 미국 만화 산업을 일군 양대 산맥이다. 각각 창조한 캐릭터는 좀 다르다. DC 코믹스의 캐릭터는 100% 무결점의 영웅에 가깝다. 악당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번민하는 법도 없다. 슈퍼맨이 딱 그렇다. 반면 마블 코믹스의 영웅들은 대체로 어두운 과거가 있고, 자기 능력과 행위에 대해 고민하기 일쑤다. 악당들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인간적 면모가 짙은 결점투성이 영웅들이다.

스탠 리의 본명은 스탠리 마틴 리버다. 1939년 16세에 만화업계에 뛰어들어 스토리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범인(凡人)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어 좁게는 이웃을, 넓게는 지구를 구하면서도 내적 혼란과 갈등을 겪는 모습을 즐겨 그렸다. 그 캐릭터는 미국 시대상과 맞물려 열광적 호응을 얻었고 대중문화에 큰 획을 그었다. 그런데 왜 필명을 썼을까. 주류 소설가가 꿈이어서 한낱 만화책에 본명을 쓰긴 싫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그 필명이 만화왕국의 전설이 됐다.

스탠 리가 그제 타계했다. 그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1922∼2018 엑셀시오르(Excelsior)!’라는 마지막 문구가 올라왔다. 숫자는 생몰 연도, 엑셀시오르는 고인이 자기 글의 말미를 장식하곤 하던 라틴어다. ‘더욱더 높이’라는 뜻이다. 이 세상 벗들에게 남긴 고별 인사인 것일까.

‘동양의 셰익스피어’ 대접을 받던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金庸)도 얼마 전 타계했다. 환상의 세계를 창조해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해주던 동서양 대가들이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두 분을 배웅하며 명복을 빈다. 엑셀시오르!

이승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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