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무부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약속은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거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이 북한 비핵화 진정성에 회의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가운데 야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북한 핵위협 악화를 들어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 반응은 달랐다. CSIS 보고서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용”이라며 “한·미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해당 기지 폐기가 의무조항인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며 북한을 감쌌다. 청와대가 국방부 등 유관 부처를 제치고 직접 나선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번에 공개된 북한 미사일 기지가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무관하다는 청와대 설명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북한 단거리미사일은 5000만 우리 국민을 겨냥한 무기다. 미국보다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문제 삼아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 미사일 위협을 애써 외면한다. 이러니 북쪽만 바라보느라 정작 대한민국의 안보를 놓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 아닌가.
앞으로 한·미 대북 공조가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이다. 미국은 북핵 협상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손발이 맞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내년 봄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고 일본 정부에 밝혔다고 한다. 북한 매체들은 남북 군사분야 합의를 들먹이면서 소규모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까지 중단하라고 소리친다. 정부의 남북관계 과속으로 한·미 공조가 틀어지고 북한만 기고만장해졌다. 청와대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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