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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만, 외국인 감독 첫 KS 우승…최초로 한일 프로야구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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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3 00:25:33 수정 : 2018-11-13 00: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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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55) SK 와이번스 감독이 출범 37년째를 맞이한 KBO리그 역사에 남을 이정표를 세웠다.

SK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5-4로 따돌림에 따라 힐만 감독은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을 한꺼번에 이룬 첫 이방인 감독이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고령에 병환 중인 노부모를 봉양하고자 SK의 연장 계약을 고사한 힐만 감독은 SK, KBO리그와 '아름다운 작별'을 하겠다는 목표도 이뤘다.

우리보다 외국인 지도자를 일찍 영입한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일본시리즈를 제패한 외국인 감독은 2005년에서야 처음으로 등장했다.

지바 롯데 마린스를 이끈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다.

아시아의 거포 이승엽을 앞세운 지바 롯데는 한신 타이거스를 4연승으로 완파하고 일본 정상에 올랐고, 밸런타인 감독은 일본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은 첫 외국인 감독이 됐다.

힐만 감독은 밸런타인 감독의 뒤를 이어 2006년 닛폰햄 파이터스를 이끌고 일본시리즈를 석권해 두 번째 외국인 우승 감독으로 남았다.

일본에선 두 번째였지만, KBO리그에선 최초라는 타이틀이 힐만 감독에게 돌아갔다.

힐만 감독은 또 일본시리즈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지구상 최초의 감독이라는 길도 닦았다.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6차전 경기. 경기 시작에 앞서 애국가 제창 때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인 채 의례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를 이끈 KBO리그 첫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는 2008∼2010년 3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놨으나 첫 관문인 준플레이오프에서 3년 내리 패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주창한 두려움 없는 야구는 롯데 선수들의 야성을 자극했지만, 가을 잔치에서 필요한 세밀함은 부족했다.

힐만 감독은 로이스터 전 감독과 달랐다.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확률의 야구로 SK의 왕조 시대를 다시 열었다.

미국프로야구 휴스턴 애스트로스 벤치코치(수석코치)를 하다가 SK의 제안을 받고 2년간 16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연봉 60만 달러)에 한국에 온 힐만 감독은 2017∼2018년 2년간 팀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는 공수의 지표를 SK에 이식한 게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힐만 감독은 발사각도, 타구 속도 등 어퍼컷 스윙으로 빅리그의 홈런 양산을 이끈 데이터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SK는 2017년 홈런 234개를 쳐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팀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고 올해도 지난해에 버금가는 233개를 쳐 2년 연속 이 부문 1위를 달렸다.
힐만 SK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구장이 작다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의 특징을 홈런으로 가장 잘 이용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타자를 압박하는 수비 시프트도 힐만 감독 덕분에 SK의 새로운 팀 색깔로 굳어졌다.

상대 타자가 잘 치는 방향으로 수비를 몰아 아예 안타성 타구를 봉쇄하는 작전이다.

힐만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첫 스프링캠프에서 시프트 도입을 역설했다.

메이저리그에선 현재 시프트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을 정도로 타자들의 타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SK 투수들은 시프트의 효과를 이해하면서도 선뜻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시프트로 타구를 막은 것보다 정상 수비였다면 잡을 수 있던 타구를 시프트 탓에 놓친 걸 더 기억하는 습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확률을 중시하는 힐만 감독은 시프트를 밀어붙였고, 정규리그에서 큰 효과를 봤다.

SK 구단이 자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시프트 성공률은 70%를 넘었다고 한다.

힐만 감독이 전파한 긍정 에너지로 SK 선수단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건 두 번째 성공사례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눈치 보지 않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거침없는 SK 타자들의 스윙은 힐만 감독의 격려로 더욱 힘차게 돌았다.

코치들에게도 즐겁게 일하라고 당부했다.

손혁 SK 투수코치는 "힐만 감독님이 어두운 내 얼굴을 보더니 따로 불러 '경기 중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에서도 기뻐할 수 있는 좋은 장면을 잘 찾아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야구장에 나오는 일이 괴롭다'고 했다"던 일화를 소개했다.

SK는 김성근 전 감독 재임 시절인 2007∼2008년·2010년에 이어 8년 만이자 통산 4번째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힐만 감독은 일본에선 연고지를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옮긴 닛폰햄에 연고지 이전 후 첫 우승을 안긴 감독으로 지금도 추앙을 받는다.

이제 한국에선 SK의 두 번째 왕조 시대를 열어젖힌 지도자로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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