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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 규제 → 관심 시들…여전히 스프링클러는 없다 [뉴스+]

입력 : 2018-11-12 19:36:19 수정 : 2018-11-12 19: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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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구조 탓 참사 악순환… 도마 오른 고시원 소방안전 대책 / “화재 무방비 근본개선” 목청 / 2006년 잠실, 2008년 용인 화재도 / 거주자들 대피 못해 7∼8명 사망 / 정부, 사고 때마다 제도개선 공언 / 여론 쫓겨 허점투성이 반짝 대책 / 종로 고시원 점검대상서 제외 등 /‘제도 구멍’ 드러내는 실책 반복 /“노후 주거지 실효적 대책 시급" 7명이 목숨을 잃은 고시원 화재 이후 우리 사회 주거 취약계층의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권이 고시원 화재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제도 개선을 약속했으나 대다수 고시원은 여전히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대형사고가 날 떄마다 각종 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하고 법적 규제 강화를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혀 연례행사처럼 인식될 정도다. 이런 ‘반짝’ 관심을 넘어 안전 확보를 위한 근본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소방청의 5개년 다중이용업소 화재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2012년 35건, 2013년 43건, 2014년 48건, 2015년 52건, 2016년 74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 47건으로 감소했지만 올해는 11월 현재 이번 국일고시원 화재까지 46건이 발생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잃은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시민들이 놓고 간 추모의 꽃과 글이 놓여 있다.
남정탁 기자

고시원 화재 원인은 부주의가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기적 요소 10건, 방화 4건, 기계적 요소 3건 순이었다. 고시원의 좁은 방과 통로는 불이 나면 빠르게 번지고 대피도 힘들다. 월세가 저렴한 고시원의 경우 냉난방시설이 부실해 거주자가 개인적으로 온열기를 쓰다 보니 화재 위험은 더 커진다.

고시원 화재는 대체로 양상이 비슷하다. 2008년 7월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시원은 면적이 5∼6.6㎡(약 1.5~2평)가 채 되지 않는 비좁은 방 68개가 벌집처럼 밀집해 있었다. 불은 30분 만에 진압됐지만 거주자들이 대피를 못 하면서 사망자 7명을 포함해 1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2006년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잠실 고시원 화재도 벌집 형태의 밀폐구조가 참사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정부는 고시원 화재 예방을 위한 법 제정과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 약속은 ‘보여주기’에 불과했다. 여론에 쫓기다 보니 허점이 많은 대책을 서둘러 내놓거나 실효성 없는 점검 혹은 ‘탁상공론’에 그치고 말았다. 국일고시원 역시 고시원으로 인가받은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의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정작 점검이 가장 필요한 건물이 비인가 시설이란 이유로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사람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다”며 “고시원으로 인가받지 않은 시설들이 화재에 가장 취약한데도 이를 방치한 건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스프링클러 설치사업을 벌였지만 고시원은 임대료 동결 등 재산권 제약이 많아 선뜻 나서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엄연히 개인의 사유재산인데 세금으로 조성된 지자체 예산을 무작정 투입할 순 없는 노릇이다. 고시원 화재 예방을 위해 단순히 규제 강화나 지원금 증액보다는 고시원 거주자 대다수가 ‘주거 취약계층’이란 점을 우선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만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사흘 전 화재로 7명이 숨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앞에서 12일 전국세입자협회 회원들이 ‘모든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빈곤층 주거복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저렴 주거지 지원사업은 극히 일부만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사업으로 실제 노후 주거지 안전대책이나 주거대책은 아니다”며 “실존하는 저렴 주거지에 대한 별도의 주거기준과 안전기준 수립·점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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