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을 한 일이 없다’던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이 ‘팀킴’에게 한 폭언 녹취록이 공개되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해당 녹취록은 지난겨울 전국민을 컬링의 매력에 빠트렸던 경북체육회 소속 여자 컬링팀이 내홍에 휩싸이며 불거져 나온 것이다. 2018평창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거머쥔 팀킴은 지난 6일 호소문을 내고 지도자들의 폭언-갑질-횡령 의혹 등을 제기하며 지도자 교체를 요구했다. 김 전 부회장의 추가 비리 의혹이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지도자 측은 이에 반박하며 조만간 자세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건 “김경두 부회장, 컬링을 가족사업체로 생각... 친인척-지인만 20~30명 심어”
인스타그램 캡처 |
그는 또 “(딸 김민정 감독, 사위 등 경북체육회 안에 일가친척이) 너무나 많다. 지금 친동생들부터 또 조카. 친인척만 합해도 10명은 더 될 것 같다”고 추정했다. 지인까지 합하면 20~30명은 충분히 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 부회장 아들, 선발전 안 뛰고 국가대표... 영어학원 원장이던 사위가 감독”
그는 “컬링을 위해서 인생을 바쳐온 다른 선수들하고 다르게 그들(친인척 및 지인)은 본인의 사생활도 즐기고 또 학업도 병행하면서 가끔 훈련장에 나와 얼굴 비췄다”고 했다. “(김 전 부회장의) 조카는 어린 시절에 잠깐 컬링을 했고 그 이후에는 학업을 병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조카가 나타나면서 이번 평창올릭픽에서 전력 분석관으로 기용이 됐다”고 했다.
이동건은 김 부회장 아들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한 번도 뛰지 않고 국가대표가 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아들 같은 경우에 올림픽 국가 대표팀에 결국 합류했다. 3차에 걸친 대표 선발전에서 주전으로 뛰지 않았다, (아들은) 1차 선발전 당시에는 군인 신분이었다. 결국은 아들 자리를 비워놓고 합류시킨 일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과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장반석 감독은) 컬링 선수로서 이력이 거의 없다. 원래 (부회장 딸인 김민정 감독과 결혼 전에는) 학원 원장 했었다고 들었다. 영어학원 원장인가 뭐 했던 것으로”라며 “김민정 감독과 결혼해서 몇 년 후에 경북체육회 남자팀 그리고 국가 대표팀 감독을 했다”고 털어놨다.
◆팀킴 “개인 SNS 하지 말라더니…. 팀 계정엔 김경두 부회장에 대한 감사 가득”
인스타그램 캡처 |
인스타그램 캡처 |
5명 선수를 그린 팬아트를 올리며 “감독도 그려주시지 저희가 함께인 식구가 많지요”라고 한 게시물도 있다. 현재 팀킴 인스타그램 계정은 비공개 상태다.
◆호소문으로 불거진 ‘컬링 갑질 의혹 사태’... “지도자 교체해달라”
김은정 선수. 연합뉴스 |
선수들은 지도자들에게서 ‘개 같은 X’ 등 욕설과 폭언을 자주 들었으며, 선수들의 개인 SNS 사용을 금지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제하는 등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SBS가 단독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김 전 부회장이 새로 주장이 된 김영미를 불러 “이런 개 뭐 같은 X”라며 “기자 놈들이 사진 찍고 부르고, 붕붕 띄우니까 서커스단 단원된 것 같아?”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김 감독이 선수들을 자신의 사적인 행사에 ‘사인회’ 명목으로 동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어 후보 선수인 김초희 대신 김 감독이 국가대표로 합류하려 했으며, 김 감독 대신 주장인 ‘안경 선배’ 김은정 선수가 주목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아 지난 7월 결혼한 것을 이유로 팀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대회 상금과 거마비 지급 등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5년부터 상금을 획득할 목적으로 전 세계 컬링투어대회에 출전을 많이 했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5년에만 국제대회에서 6000만원 이상 상금을 획득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상금을 획득했으나, 제대로 상금을 배분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또 “평창올림픽 이후 여러 축하행사, 시상식에 참석했고 선수들에 대한 격려금 등이 전달된 것을 나중에 알게 됐지만 아직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림픽 이후 계속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고 싶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훈련과 출전을 저지당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경두 “차라리 내 딸에게 뭐라고 하지. 남의 딸에게 뭐라 한 적 없다” 반박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연합뉴스 |
김민정 감독의 남편인 장반석 감독도 “김경두 전 부회장의 말투가 거칠지언정 욕설까지는 하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의도적으로 불참하려고 한 게 아니라, 연맹의 대회 공고 자체가 늦어서 참가 결정 자체가 급하게 결정됐다. 상금은 투어 참가비와 외국인 코치비용, 장비 등에 사용됐다. 상금이 이체되는 통장 명의만 김경두 전 부회장이지 팀 공용 통장이었다”고 해명하면서 조만간 자세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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