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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는 울고, 백종원은 화내...'엄마도 아프다’ [TV에 밑줄 긋는 여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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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0 13:22:49 수정 : 2023-12-10 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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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서 개그우먼 이영자(사진)가 울었다. 최근 하는 말마다 좌중을 흔드는 ‘먹방’(먹는 방송) 명언을 쏟아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녀가 울었다. 그리고 이틀 후 7일 방송된 SBS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는 엄마와 함께 4년째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아들에게 백종원이 매섭게 화를 냈다.

이영자를 울게 한 사연은  딸을 향한 어머니의 ‘냉정함’ 때문이었다. ‘입안의 혀’처럼 굴며 온갖 사랑을 보여줬던 딸이 고교 생활 2년 내내 ‘엄청난’ 말썽을 부린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다른 이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구해야 했던 엄마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마음은 다칠 대로 다쳤고, 급기야 아이가 성인이 되자 당시의 일에 복수라도 하듯 매서운 잣대로 대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차갑게 대하는 엄마가 힘겨운 아이는 방송을 통해 사랑을 갈구했고, 그동안 쌓였던 서운함과 서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닫힌 마음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이에 이영자는 엄마에게 “그래도 엄마잖아요. 사랑을 넉넉하게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기대했다.

 

백종원(오른쪽 사진)이 화를 낸 사연은 엄마와 함께 4년째 식당을 함께하고 있지만 식재료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가게를 지키기보다 밖으로만 나도는 아들(왼쪽 〃)의 ‘나태한’ 태도 탓이었다. 취직을 하면 몇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아들을 안쓰럽게 여기던 엄마는 함께 식당을 창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식당 운영에 도통 관심이 없는 아들 탓에 답답하기 그지없다. 잠깐만 매장을 둘러봐도 알만한 기본적인 태도조차 갖추지 못한 아들의 나태함에 음식 지적이나 식당 코칭을 뒤로하고 백종원이 매섭게 화를 냈다. “엄마가 무슨 죄가 있느냐”며 아들을 다그치는 백종원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속절없이 울었다.

흔히 ‘엄마’라고 하면 모든 것을 다 이해해야 하고, 참아내야 하며, 인내해야 한다고 우리는 배웠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엄마도 인간이다. 엄마도 때론 자식이 힘들고, 그 때문에 아프다. 그리고 화도 난다. 아무리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일 때면 힘겨울 때도 있다. 그런데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담아두어야 하고, 그냥 봐주어야만 한다.

필자 역시 한 아이의 엄마이기에 두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매정한 엄마를 ‘정이 없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겠지만 같은 엄마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고 공감된다. 자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뿜어대는 비난의 화살을 맞으며 엄마는 많이 아프고 다쳤을 것이다.

백종원에게 혼나는 아들을 보며 눈물 흘리는 엄마를 볼 때는 그 간절함과 속상함에 함께 울었다. 백종원에게 ‘혼내달라’고는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무참히 ‘깨지는’ 아들을 직접 보는 엄마의 마음 또한 아프기 때문이다.  

아마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방송을 보는 내내 비슷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자식이 잘하면 엄마에게는 없던 ‘자존감’도 살아난다.

‘너는 너고, 나는 나‘라고 하지만 부모 자식 간 그게 그렇게 쉬운가. 많은 부모가 자식에게 ‘목매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한다.

열심히 키워도 제자리이고, 혹은 그보다 못난 자식도 속출한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따지기도 힘들다. 도저히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 모든 것이 엄마 잘못은 결코 아니다. 책망하지도 말고, 자책하지도 말자. 그저 엄마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말없이 그들의 옆에서 ‘속 터지고’ ‘피가 치솟아도’ 그냥 지켜주고 있어주면 그뿐이다. 그것이면 족하지 않을까. 정답은 없다. 

이윤영 방송작가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KBS2 ‘안녕하세요’, SBS ‘골목식당’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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