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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요, 스마트폰 그만 봐요!”…위험천만 ‘산행 스몸비’[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18-11-11 08:00:00 수정 : 2018-11-11 10: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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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왕산 위험한 ‘산행스몸비’ 실태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 한 등산객이 플라스틱 용기와 스마트 폰을 손에 쥔 채 산행이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 폰을 보고 등산하는 사람들 보면 놀란다니깐요. 험한 등산로 걷다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면 바로 대형사고죠. ‘셀카’도 적당히 찍어야지. 경치가 좋은 길목마다 사람들이 모여있어 스마트 폰을 보고 있으면 지나가기도 힘들어요.”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깊어가는 가을철. 높게 솟은 바위봉우리들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이 불타오르며 등산객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전국 명산은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등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귓가에 스치는 선선한 바람과 청명하고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 낙엽이 떨어지는 단풍철에 등산객들은 부드러운 낙엽을 사뿐사뿐 밟으며 가을의 끝자락을 만끽하고 있다. 등산길 따라 걷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빛나는 햇살이 등산객의 마음을 포근하게 사로잡는다.
등산객들이 경사도 높은 바위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오고 있다.

◆스마트폰 들고 산오르는 사람들 “스마트폰 없는 사람 있나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을 찾았다. 인왕산은 서울 한양도성과 울창한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있다. 도심과 가까워 많은 등산객이 찾는 서울의 대표 명소다. 이날 가벼운 옷차림을 한 등산객들이 몰려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인왕산 등산길 따라 북적였다. 좁은 등산길 따라 등산객들은 작은 배낭을 멘 채 무리 지어가고 걷고 있었다.

등산로를 걷다 보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등산길을 걷는 등산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린 채 걷는 걸음도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였다. 인왕산 특성상 지면 위로 노출된 암석 덩어리와 부서진 돌들을 튀어나와 있어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 자칫 균형을 잡지 못한 채 밟아 넘어지거나 굴러떨어질 수 있다.

인왕산을 산책 삼아 자주 찾는다는 인근 주민 김모(52)씨는 “스마트 폰 없이는 사는 사람 있어요? 적당히 봐야지 산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다”며 “일반 보행로도 아닌데 특히 더 조심해서 걸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가벼운 옷차림을 한 등산객 5~6명 일행 손에는 스마트 폰을 쥐고 있었다. 등산 도중 손에 든 스마트 폰을 간간이 보면서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변을 전혀 의식 하지 않았다.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친 장난과 몸을 밀치거나 주변을 살피지 않아 뒤따르는 등산객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앞질러 가고 싶었지만, 경사가 가파른 돌계단이 있어서 참아야 했다. 김씨는 “그래도 여기가 좀 낮아서 다행이지 저 위에 돌계단 가면 진짜 위험해요, 저기서 스마트 폰으로 풍경도 찍고 셀카도 찍어요”라며 “문제는 스마트 폰을 한 손에 쥐고 돌계단을 올라가요. 미끄러지는 순간엔 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라고 했다.
한 등산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셀카를 찍고 있다.

◆영상에 정신 팔려 “느릿느릿”...다른 등산객과 언성 높이기도

스마트 폰에 보느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주변 상황은 살피지도 않은 채 좀비처럼 걷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로 ‘스몸비’(스마트 폰+좀비)부른다.

스마트 폰의 발달로 셀카 등 사진촬영이 생활화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가장 위험한 스몸비는 바로 등산 중에 스마트폰을 보는 등산객들이다. 운전 중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면서 스마트폰을 만지는 사람 등 곳곳에서 스마트 폰에 정신이 팔려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이날 좁고 위험한 등산길에서 일부 등산객이 이어폰을 꽂은 채로 음악 듣거나 쉬는 시간에는 영화, 드라마를 보거나 심지어 게임 즐기며 걷는 등산객들도 있었다. 스몸비족들 때문에 단풍철 등산객에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자신은 물론 남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 등산객이 플라스틱 용기를 손에 쥔 채 산행을 하고 있다.

청명한 가을 날씨에 화려한 등산복을 차려입은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른 시간임에도 인왕산 바위에 올라가 셀카는 찍는 짜릿한 스릴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특히 수직의 벼랑 끝을 향해 치솟은 경사가 50도가 족히 넘어 쳐다만 봐도 아찔한 돌계단에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일부 등산객들은 플라스틱 컵과 스마트 폰을 손에 쥔 채 산행이 이어가고 있었다. 또 다른 등산객은 돌계단을 오르며 셀카를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촬영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해 발이라도 헛디디면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지만 안전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스마트 폰에 푹 빠져 비틀비틀 걸어가는 등산객 때문에 시비가 붙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모(57)씨는 인왕산을 찾았다가 앞에 가던 20대 등산객과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다. 좁고 위험한 돌계단에서 여럿이 함께 걸어가며 스마트폰에 팔려 지나갈 수 없었다는 것. 이 등산객이 한두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에서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느라 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위험을 인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 같이 단풍철 스마트 폰을 보며 등산하는 등산객이 자주 본다. 게임과 영화는 집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굳이 등산하면서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등산객들이 인왕산 정상에서 경치를 즐기면서 쉬고 있다.

◆단풍 절정기 시작…안전사고 위험도 급증세

산행 중 스마트 폰 사용은 사망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10월은 또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 만큼 등산객도 가장 많은 때다. 그러다 보니 단풍을 보기 위해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이 무리하게 산행을 하면서 실족이나 추락 등 등산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행정안전부는 단풍 절정기가 시작되는 10월에 등산객이 많아지면서 등산사고가 연중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등산사고는 연평균 7120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10월에 월평균 등산사고 593건 대비 1.6배 많은 937건이 발생했다. 사고 유형으로는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면서 발생하는 실족과 추락이 2577건(3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조난 1364건(19%), 안전수칙 불이행 1174건(17%) 등 순이었다. 야산에서 발생한 사고가 3661건(52%), 국립공원 사고 275건(29%) 등 등산로 정비가 잘 돼 있는 국립공원보다는 야산에서 사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족·추락사고는 등산로에서 미끄러져 단순한 골절 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의외로 절벽에서 절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다 실족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11년 5월 28일에는 춘천시 오봉산에서 박모(61세)씨가 아내와 기념사진 촬영 후 돌아서는 순간 발을 헛디뎌 50m 아래 절벽으로 추락하여 사망했고, 2014년 2월 8일에는 서울 북한산 용암문 부근 절벽에서 사진을 찍으려던 등산객이 휴대폰을 떨어뜨려 이를 주우려다 30m 아래로 추락했다.

특수구조대 소속 산악구조대 강동호 소방교는 “얼마 전 북한산에서 등산객들이 셀카를 찍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고 등산로에서 개인방송도 하는 경우도 봤다. 음악을 들으면서 등산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폰에 집중해 앞을 보지 못한 채 산행은 큰 위험으로 이어진다며 가급적 스마트 폰을 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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