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의도적 속도 조절…김정은 진정한 얼굴 나타나기 시작" [美 전문가 4인 비핵화 협상·한반도 정책 전망 ]

입력 : 2018-11-08 18:39:55 수정 : 2018-11-08 22:07: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北·美 서로 얻는 게 없어 회담 연기 / 상대방 비난 없어… 절차 문제인 듯 / 北, 美에 제재 완화 요구 수위 높여 / 양측 빅딜보다는 단계적 접근 예고 / 美 민주당, 대북 정책 제동에 ‘한계’/ 대화 반대할 수 없고 순위도 밀려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이던 6일(현지시간) 자정이 지난 시간에 미 국무부가 8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 무기 연기 발표를 한 것은 북핵 협상의 험로를 예고한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테드 카펜터 케이토(CATO)연구소 선임연구원,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부회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7일 세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어도 서로 얻을 게 없어 불가피하게 회담을 연기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였다. 베넷 연구원은 특히 “이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한 얼굴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간선거 개표 중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취소됐으나 두 사안이 직접 연계돼 있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스탠가론 KEI 국장은 “이번 선거 결과는 당초 예상대로 나왔다”면서 “북한이 지금은 회담할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탠가론 국장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펜터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를 얻어내려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갈수록 미국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고, 팔 부회장은 “트럼프 정부가 중간선거와 대북 전략을 연계하지는 않았으나 그 전략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제동을 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가론 국장은 “하원이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 전반에 관해 감시·감독을 강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북핵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이 독자적으로 취한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펜터 연구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있다”면서 “민주당이 대북 대화를 반대한다면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입장에 반하는 모순에 직면한다”고 주장했다. 카펜터 연구원은 “민주당의 우선순위는 러시아와 트럼프 선거 캠프의 공모,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파기, 트럼프 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착 관계 등의 순이고, 북한 문제는 그다음이다”라고 분석했다. 팔 부회장도 “미국 일반 국민이 트럼프의 대북 협상을 지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어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목소리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전격적으로 연기된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견해가 다수였다. 스탠가론 국장은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뒤 북·미 어느 쪽도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곧 절차적인 문제로 회담이 연기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카펜터 연구원은 “북·미 회담이 연기된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고, 팔 부회장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쉽게 속일 수 있는 인물로 여기고, 트럼프와 직거래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 양보를 받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김영철이 김정은 위원장의 사전 승인 없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양보를 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스탠가론 국장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해야 미국이 일부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고, 카펜터 연구원은 “북·미 양측이 빅딜 시도보다는 제한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팔 부회장은 “미국이 먼저 양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이 교묘하게 시간을 끌면서 궁극적으로 대미 핵 위협 고조 및 억제력 확보의 길로 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