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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고대극장… 바람의 노래, 잠든 기억 깨우다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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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8 10:00:00 수정 : 2018-11-07 20: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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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유네스코 보호 도시 오흐리드
잠결 너머로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허둥지둥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룸서비스다.
이미 솟아오른 태양이 방안 가득 햇살을 드리우고 있다. 발코니로 나오니 붉은 벽돌집들 사이로
햇살에 반사되는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져 있다. 발칸반도 내륙에 자리한 발칸의 진주, 오흐리드 호수다.
지난밤,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를 떠나 남쪽으로 2시간30분을 달려 오흐리드 호숫가 작은 도시 오흐리드(Ohrid)에 도착했다.
도시 보호를 위해 차량의 시내 통행이 금지돼 있어 도시 외곽을 돌아 호텔에 들어온 후,
어둠에 물든 호수를 뒤로하고 피곤한 몸으로 잠들었다.

기원전 200년에 지어진 헬레니즘 건축물 오흐리드 고대 극장은 2개의 언덕이 바람으로부터 극장의 음향을 보호하는 완벽한 위치에 있어 지금도 공연이 가능할 만큼 잘 보존돼 있다.
이른 아침 룸서비스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붉은 담장의 아담한 집들과 아름다운 호수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의 상쾌함이 지난 여정의 피곤함을 한순간에 날려 준다. 발코니에 앉아 잘 구운 빵과 향이 풍부한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고 서둘러 호수로 나선다. 호텔을 나서 언덕길을 따라 붉은 지붕 사이로 나가니 눈앞이 탁 트이며 오흐리드 호수가 펼쳐진다. 바다로 착각할 만큼 큰 호수는 넓이가 348㎢에 달하며 바닥에서 솟는 샘물 등의 영향으로 맑고 투명함을 자랑한다.

이른 아침 마케도니아 오흐리드 호수 주변은 붐비지 않고 조용하다. 접혀진 차양 아래 테이블은 새벽녘에 내려앉은 이슬로 젖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지 중 하나인 오흐리드는 마케도니아 관광의 대표적인 도시로 아름다운 휴양지일 뿐만 아니라 고대 유적지의 집합체이다. 발칸반도 내륙에 오흐리드 호수가 형성된 것은 300만년이 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거주한 기록은 기원전 3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문서에서 ‘빛의 도시’(Lychnidos)로 기록돼 있는데 879년 후반에 ‘언덕 위의 마을’을 의미하는 마케도니아 구어에서 유래한 오흐리드로 이름이 바뀌었다.

오흐리드의 성 요한 교회는 마케도니아에서 가장 장엄한 교회로 호수 절벽 위에 솟아 있다. 비잔틴 양식의 건물에 아르메니아 교회 구조의 특징이 어우러진 교회는 평온한 호수와 어우러져 신성함을 더한다.
지금의 도시 형태는 대부분 7세기 이후 형성됐다. 9세기에는 많은 수도원과 교회가 세워져 발칸반도의 슬라브계 민족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지금도 중세시대부터 지어진 365개의 교회와 수도원이 남아 있다. 10~11세기에는 마케도니아 수도였으나 이슬람 지배를 받으면서 이슬람 문화가 덧씌워졌다. 도시는 고대 그리스와 기독교문화, 이슬람문화가 섞이면서 독특한 문화적 유산을 품고 있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도시 전체가 문화재이자 풍부한 중세시대 박물관이다. 800개 이상의 비잔틴 상징들이 있으며 미술사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다. 1980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됐다.

대표적인 중세 건축물인 성 소피아 교회는 11세기에 세워졌으며 터키 지배 시절에는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됐다.
아침시간이라 호수 주위는 붐비지 않고 조용하다. 접힌 차양 아래 테이블은 새벽녘에 내려앉은 이슬로 젖어 있다. 호수를 따라 걸음을 옮기니 아름다운 교회가 눈앞에 있다, 성 요한 교회다. 마케도니아 전역에서 가장 장엄한 교회로 호수 절벽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좁은 길을 따라 오르면 비잔틴 건축 양식과 아르메니아 건축 양식을 결합한 붉은 색의 교회가 호수를 배경으로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요한복음의 저자 성 요한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교회는 오스만투르크 제국 이전인 13세기에 지어졌다. 비잔틴 양식의 건물에 아르메니아 교회 구조의 특징이 어우러진 교회는 평온한 호수와 어우러져 신성함을 더한다. 성화가 유명한 교회는 14세기 프레스코 성화는 물론 20세기에 추가된 나무 성화 등 다양한 성화들로 꾸며져 있다. 사도들의 성찬식을 표현한 성화와 몇몇 성인들의 초상화가 특히 인상적이다.

아름다운 휴양지이자 고대 유적지의 집합체인 오흐리드 곳곳엔 비잔틴 건축 양식과 아르메니아 건축 양식을 결합한 붉은 색의 많은 교회가 호수와 어우러져 있다.
성 요한 교회를 나서 성 소피아 교회로 향한다. 대표적인 중세 건축물인 성 소피아 교회는 11세기에 세워졌으며 터키 지배 시절에는 이슬람 사원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될 당시 내부의 프레스코화를 석고로 덧칠해 가렸다. 그 덕분에 중세 비잔틴 양식의 프레스코가 잘 보존됐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원된 벽화와 프레스코화는 마케도니아 중세 회화의 예술적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오흐리드는 콘스탄티노플 대주교의 직접적인 권위하에 있었기 때문에 비잔틴시대의 중요한 작품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언덕 위의 마을’을 의미하는 마케도니아 구어에서 유래한 오흐리드는 1980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교회를 지나 언덕을 따라 오르면 구시가지의 중심에 위치한 오흐리드 고대 극장을 만날 수 있다. 2개의 언덕이 바람으로부터 극장의 음향을 보호하는 완벽한 위치에 있어 지금도 공연이 가능할 만큼 잘 보존돼 있다. 고대 극장은 기원전 200년에 지어진 헬레니즘 건축물이다. 현재는 가장 낮은 부분만 존재하기 때문에 원래의 극장이 몇 명이나 수용 가능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로마시대 극장은 검투장이나 기독교인 처형의 장소로 사용되면서 주민들이 외면했다. 그 때문에 크게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됐다고 한다. 현재는 여름축제 기간 중 고대 비극과 희극 공연이 매년 열리는 장소로 사용된다.

오흐리드 구시가지를 따라 언덕을 오르고 내려와 다시 호수에 다다르자 중세의 역사를 가로질러 현대의 휴양도시로 내려온 듯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멀리 ‘물 위의 박물관(Museum on Water)’이 보인다. 고대시대의 수상가옥을 복원해 놓은 고고학 단지이다. 유적들이 발굴되면서 ‘뼈의 만’이라고 불리던 이 지역은 기원전 1200년에서 700년 사이에 조성됐다. 진흙과 짚단으로 지은 당시 주거지 일부를 복원해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수상 주거지가 내려다보이는 길은 고대 로마 군대의 요새로 이어져 있다. 원래 유적지 위에 로마 요새가 세워졌었으나 유적을 발굴하면서 두 유적을 분리해 복원했다고 한다. 요새의 느낌보다는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같은 느낌이다.

발칸의 진주, 오흐리드의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서 있는 다양한 역사적 건축물들은 세계 문화유산도시의 정수를 느끼게 해준다.
구시가지를 따라 언덕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고대에서 중세, 다시 현대로 이어지는 오흐리드의 역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삶을 영위했던 다양한 역사적 건축물들은 세계 문화유산도시의 정수를 느끼게 해준다. 다시 호수에 다다르자 중세의 역사를 가로질러 현대의 휴양도시로 내려온 듯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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