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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취업난에 ‘고독사’ 젊어진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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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7 15:19:13 수정 : 2018-11-07 16: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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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무연고 사망자 53%가 65세 미만 / 청장년층, 취업난·경제적 어려움으로 새로운 고독사 위험군 형성
지난 7월 부산 진구의 한 원룸 화장실에서 A(24)씨의 시신이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가족 없이 혼자 생활하던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약 4개월 만이었다. A씨가 살던 원룸 주인은 A씨가 월세를 내지 않자 강제집행을 위해 문을 열었다가 A씨를 발견했다. 지난 9월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B(36·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평소 오피스텔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오피스텔 관리인이 B씨를 발견했을 때 B씨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홀로 외롭게 맞이하는 죽음을 뜻하는 ‘고독사’(孤獨死). 주로 혼자 사는 노인에게 발생하던 고독사가 최근 젊은 청장년층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가족구조의 해체로 고독사의 잠재적 위험군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상 최악의 취업난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고독사 비위험군에 속했던 20∼30대 청년층도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독사의 실태를 알 수 있는 국가 통계는 없다. 대신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죽음’을 말하는 무연고사 통계로 고독사 현황을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2010명으로 2013년(1271명)보다 58% 증가했다. 올 상반기까지 무연고 사망자는 1290명으로 지난해보다 증가 추세에 있다. 연령별로 보면 지난해 65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는 1057명(53%)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무연고 사망자 835명(42%)보다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16명(26%)으로 가장 많고, 세종이 0명으로 가장 적었다.

고독사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1인 가구의 증가가 꼽힌다. 통계청이 발간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56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222만가구였던 1인 가구가 17년 사이 152.6% 늘어난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가구 형태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인 가구의 거주 형태를 살펴보면 고독사 증가와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 보고서에서 지난해 1인 가구의 혼인 상태는 미혼이 43.8%, 사별이 29.5%, 이혼이 15.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11.1%였다. 주거지가 본인 소유인 경우는 34%에 불과했고, 전세나 월세가 5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반 가구의 자가 비율인 56.8%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청년층 1인 가구의 경우 65% 이상은 월세에 거주하면서 매달 20∼40만원의 임차료를 내고 있다. 2015년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빈곤율은 전국이 22.6%, 서울은 37.2%로 전체 주거빈곤율인 12%보다 높게 나타났다.

청장년층이 겪고 있는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적 고립을 야기해 새로운 고독사 위험군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고,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음에도 65세 미만 청장년층의 고독사가 노인 고독사를 앞지르고 있다. 특히 은퇴를 준비하는 50∼59세 남성의 고독사가 전체 고독사의 23%를 차지한다는 점은 고독사가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고독사가 2035년이면 연 1만건 이상으로 증가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독사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1인 가구 등 젊은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고독사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은 취업난과 1인 가구 증가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1인 가구 등 홀로 사는 청장년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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