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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車 핵심은 ‘플랫폼’… 국내기업 힘 합쳐 대응해야”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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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4 21:18:40 수정 : 2018-11-04 21: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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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선 한국형 플랫폼, 후 글로벌 전략적 제휴가 시급하다. 안 그러면 글로벌 자본에 다 잡아먹힌다. 플랫폼의 무서움은 한 번 익숙해지면 그걸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사무실에서 나온 이야기다. 언뜻 들으면 정보기술(IT)에 관한 대화인 것 같지만 실은 자동차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의 목소리다. 고 센터장은 1998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이후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20년의 대부분을 자동차 산업을 담당했다. 베스트애널리스트에도 여러 번 선정된 업계 최고 베테랑으로 통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하이투자증권 사무실에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고 센터장은 “자동차만 팔아서 수익을 내던 시대는 끝났다”며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운행하고 부가가치를 얻는 시대가 열린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자동차 전문가인 그가 이렇게 플랫폼 이야기에 열을 올리게 된 이유는 뭘까. 시장은 급변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 센터장은 “미국 공유차 서비스인 우버의 상장 가치는 1200억달러(약 134조원)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 자동차 빅3(제너럴모터스,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차를 나눠타는 플랫폼치고는 너무 큰 가치 아닌가, 단순히 앱에서 차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오토너머스(자율주행차)가 카셰어링과 합쳐지면 로보택시나 에어택시 같은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주식 시장도 플랫폼이 모든 걸 잡아먹는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공유차업체 디디추싱, 내년 미국의 리프트와 우버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고 센터장은 “기업공개(IPO) 역사상 가장 큰 딜이 될 것”이라며 “이들이 상장하면 그 자본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열 것이고 이어 에어택시 등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세상에 대항할 방법도 제시했다. “한국형 어벤저스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의 완성차 기술, 삼성전자의 자동차 반도체 기술, LG전자의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 SK텔레콤의 5G 통신기술, 카카오의 플랫폼 등이 합쳐지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각 기업이 서로의 기술 공유나 협업을 꺼리고 있다. 이 자존심 싸움을 끝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 기업 간의 협업만 잘 이뤄지면 하드웨어에서는 뒤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플랫폼은 시간을 놓치면 해외 플랫폼 업체에 종속되고 높은 부가가치는 플랫폼이 다 가져가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플랫폼의 부재가 나중에는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뷰 내내 ‘플랫폼 자주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제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는 이미 누적 운행 거리가 1000만 마일(1610만㎞)을 돌파했다. 지구 400바퀴를 돈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상에서는 70억 마일(112억㎞), 지구 28만1400바퀴를 돌며 다양한 상황을 시험했다는 점이다. 난폭 운전 차량의 등장, 악천후, 카메라에 이물질이 묻는 상황 등을 연습했다. 이렇게 축적된 자율주행차 기술을 바탕으로 내년 4월에는 상용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고 센터장은 “과거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차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돈을 버는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차를 만들고 24시간 동안 최대한 쉬지 않고 운행하며 얻어지는 부가가치의 합이 차의 가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대해서도 “상생의 해법을 찾아 플랫폼이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현대차는 플랫폼 사업을 위해 럭시라는 회사를 인수했다가 택시 업계의 반발로 6개월 만에 토해냈다”며 “꽉 막혀 있던 정부도 타다 같은 공유 서비스를 조금씩 인정하는 것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현재 택시만으로는 출퇴근 시간이나 비나 눈이 오는 날 급증하는 수요를 다 감당하지 못한다. 택시를 늘리면 낮 동안은 수요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기술로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고 센터장의 생각이다.

자동차의 미래는 결국 플랫폼에 달렸다고 했다. “플랫폼을 안 갖추면 해외시장에 차를 팔지 못하는 시대가 곧 온다. 차량끼리 서로 통신하고, 자율주행하는 차량만 다닐 텐데 거기에 과거 형식의 차량은 받아줄 수가 없다. 자율주행으로 모두 바뀌고 나면 통신망, 플랫폼 등이 맞지 않는 구식 차량은 해외의 렌터카 업체든, 일반 고객이든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수도권은 밀도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도로망이다. 거리는 짧고 밀도는 높다. 이용 소비자가 많아 글로벌 플랫폼 입장에서 황금어장이다. 우리의 어장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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