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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의 스케치북’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법 [TV에 밑줄 긋는 여자]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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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3 16:29:18 수정 : 2023-12-10 23: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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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KBS 2TV 음악 토크쇼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법’이라는 주제로 방송됐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와 ‘어떤 이의 꿈’,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등의 노래로 잘 알려진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이 후배 가수 윤도현(〃 〃 다섯번째) 십센치 권정열(사진 가운데), 어반자카파 조현아(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그리고 김종진의 둘도 없는 단짝이자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이기도 한 드러머 전태관의 투병 이야기가 전해졌다.

방송에서 ‘나에게 친구란’이란 물음에 대답한 김종진의 말에 줄을 그어본다. 

  

“친구란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

 

 

대학 때 둘도 없이 ‘붙어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어쩌다 눈이 마주친’ 우리는 4년 내내 그야말로 늘 붙어다녔다. 그러다 보니 치졸하고 모자라는 한편 어설프기만 했던 20대의 온갖 상대 과거사를 서로 꿰뚫고 있다.

우리는 졸업 후 각자의 삶에서 살아나가느라 자주 보지 못했다. 나보다 일찍 결혼한 그녀가 육아로 한창 바쁠 때는 나도 일을 하느라 바빴고, 내가 육아에 바쁜 날을 보내고 있을 때는 그녀가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30대로 들어서면서 1년에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해도 많았고, 몇달씩 ‘바쁘겠지’라는 핑계를 대며 상대 목소리조차 듣기 힘든 날들을 보냈다. 그랬던 그녀를 올해 들어 자주 만나고 있다. 족히 한달에 한번은 무조건 보는 듯하다.

이른 아침 ‘오늘은 무엇을 하시나요?’라는 그녀의 톡이 ‘툭’ 하고 나에게 왔다. 그녀의 존칭에 업무적으로 보내는 문자를 나에게 잘못 보낸 줄 알고, ‘잘못 보내신 듯합니다. 00님’이라며 장난 섞인 답문을 보냈다. 이내 그녀는 오늘 사정이 생겨 결근을 하게 됐다며 일처리 후 만나자고 제안했다. 써야 할 원고가 산더미였고, 읽어야 할 책과 자료는 더해 바다만큼 쫙 펼쳐진 상태였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내 뇌에서 보내는 신호와 달리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오케이’ 이모티콘을 날리고 있었다.

  

올해 그녀는 고3 엄마가 됐다. 입시생인 고3의 스트레스도 엄청나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차로 바래다주며, 기분을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주는 한편 각종 대학의 입시 전형을 꿰고 있어야 하는 ‘고3 엄마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살림과 일, 거기에 고3 엄마라는 3중고를 겪고 있는 터였다. 그녀를 상대로 한참 각종 ‘고3 엄마 민원’을 들어주고, 헤어진 뒤 늦은밤 TV에서 애써 태연한 척하며 아픈 친구를 기억해낸 가수 김종진의 말을 들으며 괜히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여본다.

  

친구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기쁠 때도 함께 있을 수 있지만, 힘들고 외로울 때 그냥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커피 한잔할 수 있는 사람, 그래도 어색하지 않고, 그래도 괜찮은 사람, 그냥 늘 없어도 있는 듯, 곁을 지켜주는, 그런 사람이다. 매번 반복되는 기억이지만 그것을 안줏거리 삼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도 편한 그런 사람, 그게 친구다.

  

오늘은 그녀와 함께 20대 때 한창 들었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들어야겠다.

그리고 당시 한때 나의 우상 중 하나였던 전태관의 쾌유를 두손 모아 빌어본다.

이윤영 방송작가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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